인터뷰-94'~99' 대학가요제를 연출한 주철환 前 PD

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대학가요제는 임원진에서 연출가를 정하는 방식이지만 독특하게도 주철환씨는 대학가요제 PD를 직접 자원했다고 들었다.
주철환 사장(이하:주) 당시만 해도 대학가요제 안에는 ‘실험정신’이 있었다. 내가 PD를 맡았던 90년대 중반의 가요계는 댄스 열풍으로 수많은 댄스가수들이 범람하던 시기였는데 그 속에서도 대학가요제는 타성에 젖은 대중가요에 저항하며 대학생만의 꿈과 열망을 음악으로 표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점에서 대학가요제의 매력을 느꼈고 그것에 나만의 연출 색깔을 불어넣고 싶어 자원할 결심을 했다.

■주철환씨가 대학가요제 기획을 맡았던 90년대 중반은 대형 연예 기획사 등장 등의 요인으로 대회의 본질 자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철환씨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우선 대학가요제의 무대를 대학교로 옮겼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의 열기를 고스란히 TV에 담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체육관에서 열렸던 대학가요제를 94년에야 비로소 대학 캠퍼스에 옮김으로써 결국 대학 본연의 모습을 좀 더 반영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지방대학 예선을 부활시켜 서울 소재 대학에만 치중 되어있던 참가자의 폭을 넓혔다. 부산, 광주, 대구 심지어 제주까지 직접 내려가 심사를 맡았다. 90년대 중반에 이뤘던 그러한 시도들이 후에 대학가요제가 더 전국적인 대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학가요제가 받는 지적 중 하나가 93년 전람회 이후 이렇다 할 뮤지션을 배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히려 내가 질문하고 싶다. 대학가요제가 왜 꼭 가요계에 영향력 있는 뮤지션을 배출해야 하는가? 대학가요제의 고유한 기능은 스타성 있는 뮤지션 배출이 아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끼를 발산하는 것이 바로 대학가요제의 본질이다. 스타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가요제의 기능이라고 여기는 그 순간부터 대학가요제는 의미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입지가 점점 축소돼가는 대학가요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한다고 보는가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은 기성 음악 방송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아마추어리즘이 살아있는 대학가요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 흐르듯 매끈한 곡들로 대학가요제를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말 달리자’와 같이 세상을 향해 “닥쳐”라고 외칠 수 있는 문제의식이 대학가요제를 장식해줬으면 한다. 왜 그런 곡이 90년대 중반 대학가요제에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대상이었을텐데(웃음). 선배 PD로서 이런 문제의식과 저항의식이 꾸준히 대학가요제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그래야만 이 대회가 계속될 수 있는 명분이 살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