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넘긴 2007 대학가요제에 즈음하여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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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음악들이 대중가요와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8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대학의 순수성과 비상업성 그리고 젊음의 발열이 독창적인 음악 시도들로 나타나 락, 포크가 집중적으로 등장했다”며 “결과적으로 대학가요제가 우리나라 음악 수준을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7, 80년대에 대학가요제가 한국 문화의 판도를 뒤흔들자 비슷한 형식의 가요제들도 속속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78년도에 처음으로 개최된 TBC의 해변가요제와 80년도에 MBC 라디오국이 개최한 강변가요제. 특히 강변가요제는 대학가요제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90년대 쟁쟁한 가창력을 지닌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학가요제는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태동한 연예 기획사들의 스타 시스템에 의해 정체기에 접어들게 된다. 체계적인 이미지 메이킹과 전문적인 작사,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곡들로 좀 더 대중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중들의 달콤한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연예 기획사의 ‘준비된 프로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가수를 꿈꾸는 대학생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진부해진 멜로디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식상한 가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만의 실험과 창조적 도전 정신은 찾기가 힘들어 졌고 심지어는 대중가요의 아류 수준에 불과한 음악들도 등장했다. 아마추어임을 당당해 하지 않고 어설프게 프로 흉내를 내려는 일련의 흐름들이 여실히 음악에 반영된 것이다.

대중가요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추락해 가는 시청률 때문인지 MBC도 ‘MBC 출신 스타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현실을 담은 노래 ‘잘 부탁드립니다’를 통해 대학가요제의 새 빛으로 떠오른 EX의 이상미 씨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잠재성을 지닌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MBC의 예능 프로그램들에 과도하게 출연하며 뮤지션으로 거듭날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2006년 대학가요제에서는 대형 연예 기획사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이수만 씨가 특별 심사위원장을 맡아 논란이 됐고, 실험적인 멜로디 구성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상 후보로 점쳐진 뮤즈그레인이 입상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비난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시청률 역시 90년대 후반부터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가요제를 통해 대학가요제의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대학생들만이 가지는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성은 문화 산업이 자본주의에 포위되면 될수록 그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며 대학가요제가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낼 수 있는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 잠재력을 다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설픈 대중가요의 모사에서 탈피해, 독창성과 참신한 시도만으로 가치를 지니는 대학가요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대학가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함을 더불어 강조했다. 대학가요제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것이 상업성과 진부함으로 물든 대중문화에 신선한 돌파구가 되기 위해서 재정비를 해야 할 때인 것만큼은 확실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