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예술 경영과 문화 경영. 문화예술과 경영의 접목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대학가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대를 중심으로 실용적 기술의 성격을 띠었던 문화예술경영학과는 2000년대 들어 중앙대, 동국대, 숙명여대 등지의 예술대학원에서 그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일반 대학원의 학과 간 협동 과정 중 ‘공연예술협동과정’에서 예술경영학을 강의하며 이러한 흐름의 한 가운데 서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경영학과가 서울의 주요 대학원들에서 점차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 학교의 공연예술협동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희 교수(무용)는 “21세기는 아무리 질 좋은 예술 작품도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힘든 세상”이라며 “예술계의 학문 동향도 이렇게 이론과 실재적 경영을 접목해서 연구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2007년 한국 예술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현재 한국의 예술 시장은 크게 대중예술과 공연예술 그리고 순수예술로 나누어진다. 그 중에서도 대중예술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 드라마 그리고 대중가요 등의 새로운 컨텐츠 생산과 해외 수출이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한류라는 국제적인 흐름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2002년 한국에서 방영된 겨울연가가 일본으로 수출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한류는 철저히 드라마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말. 한국문화전략연구소의 김훈 부소장은 “드라마나 영화 등의 대중예술은 그것과 관련된 음악(OST), 캐릭터 상품, 테마 파크 관광 등의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산출 가능한 경제력이 굉장하다”며 “무엇보다도 국가이미지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공연예술 시장의 경우 외국 문화예술 시장과의 교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 창작의 움직임은 이제 막 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연출되는 대부분의 극작품들이 ‘외제’로, 정식 공연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 극단들이 내는 로열티와 더불어 공연에 투입하는 총 제작비는 70억~120억 원 정도. 이렇게 시장 자체가 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 뮤지컬 제작의 물꼬도 트이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100만 관객을 감동시켰던 ‘명성황후’를 기점으로 올해 처음으로 공연된 ‘대장금’이 일본으로 수출될 예정이며, 7, 80년대 추억의 가요들로 채워진 뮤지컬 ‘달고나’는 비록 3년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창작품이었지만 3년 만에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로 5%의 로열티를 지급받으며 일본에 수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에 비해 연극은 영화의 대량성과 뮤지컬의 고급성과 같은 특별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지 못한 채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에 한국배우협회가 조사한 연극인들의 평균 월수입 통계가 23만원으로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과 상통하다. 이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한류는 진부한 구성으로 위축된 상태……뮤지컬, 미술이 2007 시장 코드
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이나 공연예술에 비해 경제적인 움직임이 가장 둔하게 돌아가고 있다. 순수예술의 갈래에도 포함되는 연극을 비롯해 전통 음악, 무용은 국내 시장에서 제 힘을 다 내지 못하고 있으며 문학도 유럽과 미국, 일본권의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많은 컨텐츠 가운데 좋은 것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정보가 없거나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에서는 한민족적 정서나 모티브가 너무 강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미술은 작품이 고정화되고 유형화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예술 시장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트 펀드와 미술 경매. 특히 경매는 수익률의 보장 대비 자산 보존 위험성이 낮고 사모 형태의 작품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워낙 많아 대중적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시장적 장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2월에 천경자의 <모자를 쓴 여인>이 6억 3천만 원에 낙찰됐던 것을 시작으로 올 3월에는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사람들>이 25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 경매 최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서울옥션의 단독 체제로 운영되던 미술 시장이 2006년 이후부터는 다수의 신생 미술 경매업체가 형성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인가 문화 상품인가
그러나 한국 사회의 예술 시장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산재하며 그에 따른 비판 어린 시각들도 존재한다. 미술의 경우 일각에서는 ‘그림=사업 아이템’이라는 사고에 기인한 ‘묻지마 투기’식의 경매가 횡행하고 있기도 하며, 반복적인 되팔기도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뮤지컬 역시 더블 캐스팅임에도 불구하고 스타 배우 출연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와 작품과는 상관없는 팬심(心)이 해당 배우에 편향된 관객 점유율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한류 역시 반복되는 스토리 라인과 빅 스타 출연으로 인한 제작비의 과도한 출혈이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예술경영학회의 손차혜 간사는 “경제적 가치 창출은 예술이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면서 생산되는 정당한 보상일 뿐”이라며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그 밖에도 국내외 블록버스터 급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우리 예술 시장의 실태와 지역 예술 행사는 저급하게 여기는 인식, 과도한 티켓 가격의 부담은 예술 시장의 공급과 소비 계층을 한정하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자본력과 막강한 마케팅을 통한 대작들의 일방적인 공급 속에서 작지만 좋은 작품들을 골라 낼 수 있도록 공신력 높은 감정평가기관을 설립하고 예술 컨텐츠의 보다 효과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문화 특구를 구성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김 부소장은 “문화예술 컨텐츠 전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인문학에 대한 정부의 능동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 밝혀 이제는 발전한 하드웨어(제작 기술)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컨텐츠) 개발에 주력할 때 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