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버스의 부품이 아니었다
그들은 버스의 부품이 아니었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07.10.15 00:00
  • 호수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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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버스 기사들의 답변은 취재요청에 퇴짜를 놓는 무심한 목소리였다. 기름밥을 먹고 수십 년을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시달리면서 다소 무뚝뚝하고 투박해진 탓이다. 계속되는 퇴짜에 이젠 정말로 다짜고짜 버스에 올라타야 하는가 걱정되는 찰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건 전화에서 친절한 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워낙 거친 성격의 기사아저씨들을 접해왔던 지라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서도 걱정이 됐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시간에 맞춰 급하게 들어온 기사아저씨는 자녀 뻘도 안되는 기자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번번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첫인상은 조금 우락부락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28년의 베테랑 기사는 취재 내내 '겉과 속은 다르다'고 걸걸하게 웃어보였다. 이러한 그가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털어놓은 2시간의 진심어린 말들은 지금껏 버스를 타면서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버스 기사들의 삶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근무환경이 좋은 곳에서 일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최상의 서비스를 다짐하는 그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버스 기사들을 버스의 한 부품처럼 취급해 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격적으로 그들을 대해주고 충분한 복지환경을 마련하면 그들도 자연히 친절한 서비스 정신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버스 기사들은 감정조차 느낄 수 없는 기계 부품인냥 자존심을 짓밟는 말들을 서슴없이 들어야 했고, 조금의 잘못에도 '시말서 써오라'고 닦달 받거나 15일씩 영업금지 되기 일쑤였다. 시민들은 늦어지는 배차시간에 기사들만 붙잡고 욕을 했고,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빨리 출발하는 기사들에게는 난폭운전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야말로 이래저래 치이는 인생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불친절함을 인격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들도 버스 기사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시민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너무 잊은 채 살아온 것이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한 기사가 5537번 버스를 빛나게 닦으며 즐거운 새벽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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