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윤테라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15살 때 미친 듯이 스틱을 내리치는 X-JAPAN의 드러머를 본 후 그동안 쳐온 피아노를 그만두고, 고등학교 때 만든 인디밴드 ‘루이코스타피’는 홍대 축제 공연 중 뜨거운 관객들의 호응에 흥분한 나머지 “형, 누나들 저희 고등학생이에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페이가 1/3로 깎였단다. 드럼을 하기에 힘들었을 법도 한 중, 고교 시절의 추억들을 꺼내며 미소가 떠나질 않는 그에게 밴드에서 드럼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물으니 “드럼은 밴드의 대장”이라는 다부진 목소리와 섬광 같은 눈빛이 돌아온다. 넥스트의 최연소 드러머인 그는, 스무 살 아티스트다. 

김승영 기자(이하:김)  중학교 때 처음으로 만든 밴드의 한 멤버는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the TRAX 멤버로 들어갔다. 밴드 음악을 하는 친구가 다소 상업성이 짙은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드러머 윤테라(이하: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악만큼은 참 잘 맞았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중학교 시절부터 기획사에 소속돼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락을 하는 친구가 아이돌의 색깔이 강한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다는 데 대해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락 음악이나 밴드 음악도 그런 대형 기획사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김:하지만 아무래도 대형기획사들은 대중들의 입맛에 맞춘 댄스나 팝 중심의 음악을 많이 만들고,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도 다소 인공화 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윤:모든 음악은 대중들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음악은 그저 아티스트 본인의 자위행위일 뿐, 예술이 될 수 없다. 락 음악이나 밴드 음악을 대형 기획사에서 만든다는 데 단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효과적인 프로모션과 아티스트 개개인의 음악성을 고려한 이미지 메이킹이라면 오히려 현재 한국에서 다소 마이너한 인식에 있는 락을 더 대중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 음악계에서 락 음악 시장이 갖는 입지가 너무 좁은 것도 사실이니까.

김: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락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 때문에 재능 있고 열의 있는 친구들이 음악을 관두는 것도 많이 봤을 것 같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윤:
 일단 학창시절에는 부모님의 반대에 많이 부딪힌다. 나도 그랬고. 공부해야 할 나이에 락을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건 당연하다. 그런 부모님들의 걱정은 락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과도 닿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믿고 바라봐 주지 않는 상황에서 10대 예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음악을 계속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접는 친구들도 많이 봤고. 스물이 되면서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데 악기나 연습실을 비롯해 인디 밴드를 운영해 나가기 위한 경제적인 어려움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먹고 살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런 점에서 어린 나이에 오버에 들어온 나는 참 행운아인 셈이다.

 김: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언더와 오버 사이에 존재하는 큰 간극 때문인 것 같다. 외국도 그러한가
 윤:
영국만 하더라도 모든 언더 밴드들을 대중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CD는 끊임없이 팔린다. 일본도 클럽 가의 라이브 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결국은 아티스트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좋은 음악을 공급하면 장르에 상관없이 대중들도 눈을 뜬다. 대표적으로 서태지 씨의 경우 앨범을 갖고 나올 때 마다 이슈가 되는데, 그것은 서태지라는 네임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음악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좋은 락, 좋은 밴드가 나온다면 그런 극간들은 조금씩 좁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 대학교에서 음악 공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있는지
윤:
지금 나와 같이 음악을 하고 있는 넥스트 멤버들이 교수님이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현장에서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배울 수 있는데 굳이 당장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지금도 음악 이론에 관한 공부는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예술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론이고 또 이론이 없는 발전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김: 스물이라는 어린 나이에 넥스트 드러머로 들어왔다는 데 대한 주변의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윤:
 넥스트(N.EX.T=New EXpe-rience Team)의 원래 뜻처럼 내가 멤버로 영입된 것 자체가(경험이 많다고 할 수 없는 스무 살 멤버의 영입) ‘젊은 피를 수혈하자’는 새로운 시도였다. 10년 넘은 골수팬들은 형들과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내가 들어 왔을 때 “저게 뭐지?”하는 반응이었다.(웃음) 더군다나 올해 3월에 오디션에 합격한 후 6월에 가진 첫 데뷔 무대에서 드럼과 연결된 컴퓨터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공연 전체가 아주 박살이 났었다. 그 이후에 계속 스물이라는 나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젊은 피가 들어왔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이만큼이나 미숙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있던 공연들에서 넥스트의 음악 색깔이 확실히 예전보다 젊어졌다는 것을 팬들도, 나 자신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나이에 비해 잘 한다”는 말이 아니다. 스물이라는 나이와 상관없이, 드러머로서 치고 싶은 만큼의 역량을 다 뿜어내는 것. 그래서 그냥 “잘 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고 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한국에서 아티스트가 되고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스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윤:
Keep Rocking Be Be!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너무나 힘든 스무 살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냥 계속 가면 될 거라 생각한다. 나아 갈 날이 훨씬 많은 스무 살이니까. 나 역시도 끝까지 드럼 스틱을 잡고 있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