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이곳은 아프리카의 황금해안이라 불리는 고요한 자연의 보고. 모든 것이 평화롭고, 반짝이는 햇살이 대지를 축복하는 이 황금해안에서 원숭이는 자유를 느끼며 제약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인간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그를 자그마한 틀에 가둬놓기 전까지…….

연극 ‘이원승이원숭이’는 아프리카 해안에서 잡혀온 원숭이가 자신이 처한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인간화하는 과정을 그린 모노드라마다. 인간이 되는 것만이 억압적인 현실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고 과거에 누렸던 자유에 다시 다가설 수 있게 할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침 뱉기부터 시작해 담배 피기, 브랜디 마시기를 익히고 끝내 인간의 말을 터득함으로써 주인공은 비로소 인간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환희와 감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관객들의 눈앞에는 인간이 아닌 원숭이의 몸짓이 펼쳐질 뿐이다.

분명 원숭이의 인간 흉내는 흉내 그 이상으로 인간에 근접해 있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잠자리를 정갈하게 꾸미거나 몽환적인 표정을 지으며 비눗방울의 알록달록한 색을 감상하는 장면에서 원숭이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객들이 원숭이가 인간이 됐음을 인정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선원들의 외침에서 잘 나타나 있다. “원숭이가 말을 한다!”. 원숭이가 말을 했기에 신기할 따름이지 결코 인간으로서 원숭이를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주인공은 인간 흉내로 선원들의 관심을 받으며 잡혔을 때의 속박감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새로운 틀에 갇히려 애를 쓰면서 완전한 자유를 내려놓는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를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작품 한 켠에 인간을 대입시킬 여지를 남겨 놓음으로써 ‘과연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찾았는가?’라는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주연인 이원승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현대인도 대학 진학이나 취직 등을 자유라고 생각하며 그 곳에 안주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의 출구를 찾은 것일 뿐 극중 원숭이가 저지르는 착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원숭이는 끝까지 자신이 인간임을 믿으며 밝은 표정으로 막을 내리지만 마지막에 그가 던지는 말은 그의 생각이 착각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상으로 학술원에의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그는 단지 신기한 원숭이였을 뿐이다.

△일시:~12월 31일(매주 금, 토, 일, 월 저녁 8시)
△장소:대학로 피자전문점 디마떼오 내 소극장
△입장료: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