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올 국정감사에서 재경부는 등록금 후불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등록금 후불제란 대학 등록금을 국가가 내주고 그 혜택을 받은 학생이 취업이 된 후 이를 갚는 제도다. 등록금 부담이 크던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적잖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교육부가 재정여건 등의 이유를 들면서 이 제도의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교육부가 과연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운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적잖은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로 몰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연평균 700만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융자에 의존해 대학을 다니고 있다. 다행히 졸업과 함께 직장을 잡은 학생은 융자받은 학자금을 갚아 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학교 문을 나섬과 동시에 빚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력 면에서 세계 12위 국가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 스스로의 생활의 질이 세계 12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우리 국민은 대단히 팍팍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렇게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높은 물가와 집세 등도 주요한 요인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높은 교육비다. 얼마 전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 때문에 우리 국민은 현재의 삶도 풍요롭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퇴직 이후 살아갈 길이 막막한 상태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잉 지출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적잖은 젊은이가 졸업과 동시에 빚에 몰리고 다수의 어른이 퇴직과 동시에 생계를 걱정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국민의 삶을 이렇게 비정상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 바로 교육비이며, 그것의 중요한 부분이 대학 등록금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자화상인데, 교육부는 과연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재정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1년 대학등록금 총액이 12조원, 4년이면 약 50조원이 되는데, 현재의 정부 재정능력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교육부는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운영의 묘를 살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모든 학생에게 이 제도의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학비가 특히 비싼 전공(예컨대 로스쿨이나 의대 등)부터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엄격히 고려하여 연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교육부가 학생과 학부모를 생각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