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저 멀리 아프리카 콩고에는 1년 3백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는 술집이 있습니다. 이 술집은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심지어는 근친의 장례식 날에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 술집의 주인을 돈벌이에 미친 ‘자본주의자(당시 아프리카에서 제일 심한 욕)’라고 욕하며 언젠가 망하고 말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네 개의 탁자로 시작한 이 술집은 번창하고 번창해 마흔 개의 탁자에 버젓한 테라스까지 생겼습니다. 사연 많은 손님들에게 언제나 자리를 마련해주는 이곳은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입니다.

이곳의 바텐더 ‘깨진 술잔’은 사장 ‘고집불통 달팽이’가 준 노트에 손님들의 기구한 사연을 기록합니다. 쉽사리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인생사를 ‘깨진 술잔’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털어놓게 만듭니다. 사실 그 어떤 손님이라도 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 때문에 ‘깨진 술잔’이 손님들의 사연을 듣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손님들은 자신의 인생만큼 기구한 이야기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깨진 술잔’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깨진 술잔’도 그것을 가감 없이 기록합니다.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된 사연, 백인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 사연 등 손님들의 인생사는 충격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깨진 술잔’은 그러한 이야기에 전혀 놀라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깨진 술잔’ 역시 그들 못지않게 기구한 인생을 살아 어느 누구 못지않게 손님들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수 없이 많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기쁠 때, 슬플 때 그리고 외로울 때 친구와 함께 한 잔의 술을 찾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자면 ‘외상은 어림없지’가 번창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늘 한결같이 한 잔의 술과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는 ‘깨진 술잔’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외상은 어림없지’로 향합니다. 오늘 당신은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