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사과계열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17대 대선을 앞두고 온 사회가 들썩인다. 대선 기간이 되면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갑작스런 출마 선언으로 인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 듯하다.  크게 이명박 대 범여권인 정동영의 대결로 굳어져가던 최근까지의 대선 구도는 이회창 전 총재의 ‘폭탄선언’으로 인해 그 틀이 깨졌고, 거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한나라당은 위기에 봉착했다.

대선을 앞둔 언론은 대부분 이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분명 대선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는 한 후보의 갑작스런 출마선언은 유권자들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오직 이러한 내용만이 주로 다루어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언론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이는 한국의 전반적인 선거 및 정치에 대한 참된 의식의 부재가 조장한 결과가 아닐까. 국민들은 선거와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기 보다는 선거를 인기투표식의 일회성 이벤트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고, 정치인들 또한 선거를 권력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여긴다.

제대로 된 대선을 치르려면 정치인과 유권자를 포함한 모두의 선거에 대한 관심사가 단순한 ‘표’가 아닌 정치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대선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표심의 동향만이 헤드라인의 전부라는 것은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치와 참여의 본질적 의미가 제대로 인식되는 사회라면 각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정견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들이 이슈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정치 선진국일수록 후보자의 정당과 정견이 주된 판단기준이 되어 선거가 진행된다. 한국은 안그래도 표심이 지연과 선심성 정책에 현혹되는 정치후진국인데, 이번 대선은 돌발 변수까지 끼어 정치후진국의 면모를 이런 방식으로 더욱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후보자들의 아웅다웅 권력 싸움만이 헤드라인이 되는 이 사회에서 ‘누가되도 그만’이라는 고질병이 고쳐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