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독립영화감독 김동원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예술 영화 극장의 메카라고 불리는 스폰지 하우스가 딸린 종로의 중앙 시네마. 지난 8일, 그곳에선 독립영화계의 10년 숙원이었던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설립을 축하하는 개관식이 열렸다. 1백 50석 남짓한 작은 관이었지만 공간을 빽빽하게 매운 독립영화인들의 열정과 감격만큼은 뜨거웠던 그 자리 가장 앞줄에 독립영화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독립영화인으로서 20년 동안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정진해온 그를 만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마이너쿼터가 가진 문제점과 이를 통해 마이너쿼터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개관식 연사를 들었다. 아주 작은 한 관의 독립영화관을 잡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애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해가 잘 안 됐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일단 멀티플렉스는 피하자고 생각했고 장애인 관객들이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했다. 또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해줄 수 있는 예산에도 맞춰야 했고 위치나 독립영화관이 들어가게 될 극장 자체의 정체성도 중요했다.

■전용관 짓기가 그렇게 어려운데 왜 현재의 독립영화계는 적극적으로 정부나 영화계에 마이너쿼터를 요구하지 않는가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마이너쿼터는 말 그대로 ‘껴주기’이다. CGV같은 곳의 극장주가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관을 내 주는 형식으로 “마이너니까 봐준다”는 마인드를 갖고 제도를 실행한다. 독립영화를 위한 전용관을 운영하는 사람들과는 아예 사고가 다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극장주의 주문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독립영화는 ‘마이너’로 남게 된다. 자생력이 안 생긴다.

■그래도 물리적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현 독립영화계에 자본적으로나 인식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마이너쿼터라는 제도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요즘도 마이너쿼터와 상관없이 대형 영화관에 걸리는 독립영화들이 있는데 확실히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마이너쿼터로선, 자본 논리로 인해 올려 진다 한들 어느 정도 상업성을 겸비한 영화들만 선택될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다 하더라도 독립영화 고유의 개성까지 존중되기는 힘들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마이너쿼터에 대한 독립영화계의 생각은 어떠한지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마이너쿼터의 문제 중 하나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실행하기 위한 겉치레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쿼터를 이만큼 줄인다. 그 대신 실험 영화, 예술 영화에 쿼터를 두겠다’는 논리로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한 영화계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르기 위해 ‘대안’으로 나왔다. 당연히 우리들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감독들 중에서 메이저로 진출할 의향이 있는 젊은 감독들은 찬성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렇게는 아니올시다”다.

■그렇다면 마이너쿼터의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까지 정부가 내놓았던 마이너쿼터는 유통 쪽에만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현재 독립영화가 갖고 있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임대, 촬영 장비소 등에 메이저영화와의 동등한 접근 용이성이 더불어 제공돼야 하며 제작 방식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지원이 제도화돼야 한다. 또 멀티플렉스의 산업 논리에 의해 실험적인 스토리나 촬영 기법에 때가 타는 일이 없도록 ‘독립영화의 본질’을 상하게 하지 않는 제도로서 이야기 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