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수(유동05)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여름은 공연동아리에게 있어 유난히 더웠을 것이다. 개강 후에 이어지는 정기공연을 위해서, 폐허가 된 학생회관을 뒤로하고 저마다 연습 공간 확보를 위해서 뛰었을 테니까. 중앙 연극 동아리 능라촌에서 정기공연을 준비하면서, 비단 고질적인 동아리의 연습 공간 확보의 문제뿐 아니라 일반 학부생들이 학교 공간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연을 한 달 여 앞둔 8월, 세미나실도 여의치 않아서 대본 분석이라도 하기 위해서 강의실을 찾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강의실들은 예상과 달리 행정실과 문화사업파트(600주년기념관 지하)를 오가며 빌려야했다. 그것도 대부분의 경우 행정실 별로 관할하는 강의실이 달라서 ‘우리 담당이 아니다,’ ‘모르겠다.’로 일관할 뿐이었다. 또한 첨단강의실을 비롯한 몇 가지 강의실-시설이 좋은 강의실-은 해당 학부생, 대학원생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었다.

물론, 학문분야에 따른 학습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화된 전용 강의실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놀고 있는 강의실을 허용하지 못할 정도로 편협하고 배타적인 운영은, 허가 도장을 받기 위해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행정적 비효율성보다도 불합리하다.

우리 학교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전문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리더, 품성과 능력을 갖춘 교양인이다. 그중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남을 포용하는 ‘인’의 품성을 갖추고자 하는 목표상에 전면적으로 위배되는 것이 바로 이런 단절적·배타적인 강의실 대여이다.

‘간학문’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다른 학문과의 능란한 교류 없이, 광속 그 이상으로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복수전공을 하는 학우가 많다는 것이 그 일례라고 할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옹졸한 행정방식으로 인해 떠돌아다니는 학생들과 빈 강의실에 남아있는 경비아저씨들의 호통사이에서 대학은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