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현 기자 (kjhjhj1255@skku.edu)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이하:민노당) 후보로 두 번째 대선 출사표를 던진 권영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서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권 후보의 의지가 녹아 든 이 한마디로 민노당은 3.9%의 득표율을 얻으며 한국 진보정치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줬고 그 여세를 몰아 2004년 총선에서는 첫 원내진출에 성공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냈다. 민노당의 약진과 이에 바탕한 진보정치 발전동력의 중심에 권 후보가 있는 것이다. 권 후보를 필두로 한 민노당은 △한미FTA저지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 △이라크 파병반대 등 보수정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들은 구호 차원에서만 머물러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혁신의 의미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장호(경영03) 학우는 “TV토론회에 나올 때마다 민노당이 서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하는데 뭘 이뤘는지 구체적으로 와 닿는게 없다”고 쓴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후보는 세 번째 도전하는 이번 대선에서 ‘서민들의 빈 지갑을 채우는 대통령’을 자처하며 강력한 대권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돈없어서 학교 못다니는 일 없도록”
권 후보의 교육정책 역시 ‘경쟁’보다는 서민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공’의 개념에 바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 후보는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을 골자로 한 ‘삼삼삼’ 교육공약을 내걸었는데 이는 △3불 정책 유지 △3적(입시, 학벌, 사교육비) 척결 △3통(통합전형, 통합학점, 통합학위) 도입을 일컫는다. 돈 걱정 없이 교육을 받고, 시킬 수 있도록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권 후보를 비롯한 모든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은 기본적으로 사교육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지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접근법에 있어 ‘대학의 자율화냐 평준화냐’로 갈릴 뿐이다.
대학평준화를 교육공약의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권 후보의 약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의 성적 향상도가 평준화 지역에 비해 뚜렷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결과처럼 자율성을 빼앗긴 대학의 평준화는 국가 경쟁력의 전반적인 저하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 또 다른 대표 공약으로는 무상교육 실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는 GDP 대비 7%까지 교육재정을 확보해 유아부터 고교까지 ‘공짜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확보 계획대로 돈이 걷힐지, 교육재정을 확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질 타 분야의 예산규모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물가 인상률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게 있는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를 ‘등록금 상한제’와 ‘저소득층 면제정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취지는 좋지만 선뜻 도입하기엔 현실적인 고려사항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을 적정 상한선으로 한다는 내용에 대해 한국교육발전회의 김미숙 팀장은 “경제상황이나 대학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등록금을 ‘평균’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추상적”이라며 “단계적으로 등록금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권 후보의 교육공약은 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려는 급진적인 측면이 있어 시행 시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이 우려된다. 그러나 인터뷰 당시 권 후보는 이들을 설득할 명확한 논거와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자리 공개념, 해법으로 내놔
교육공약 외에 주목할 만한 것은 권 후보가 △4백만 정규직화 △1천만 일자리 안정 △4대 일자리 연대 등의 3대 프로젝트와 함께 제시한 ‘일자리 공개념’이다. 타 후보들이 모두 일자리 문제의 일차적 해법으로 ‘성장’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국가의 책임 하에 국민 스스로 일자리를 나눠 갖도록 보장하겠다는, 권 후보만의 ‘사회주의적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는 공약이다. 이를 비롯해 권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보다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걸고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낸 만큼 ‘노동’에 있어서만큼은 권 후보의 주관과 의지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지 1427호에 실린 7개 학보사 연합 ‘대학생 정치의식조사’(이하:학보사 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찬성이 무려 67.5%에 달한 것을 보면 권 후보의 일자리공약이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특히 강하게 어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권 후보는 한미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느 후보보다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이는 △종속적 한미동맹의 해체 △상호협력의 통일경제 △자주외교 △동아시아경제협력 등과 함께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청사진으로 가시화됐다. 그러나 권영준 교수(경희대 국제경영학부)가 MBC 100분 토론에서 “한미FTA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 동아시아경제공동체 구축”이라고 지적한 바 있듯 코리아연방공화국의 실현가능성을 쉽게 점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한 자릿수 권영길이 풀어야 할 숙제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보면 민노당은 5~6%, 권 후보는 2~3%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보사 조사에서도 권 후보는 6.9%의 지지도를 얻는데 그쳐 이명박, 문국현, 정동영 후보보다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민을 위한 유일한 진보정당이자 유일한 진보대통령 후보를 정작 서민들이 외면해서 인데, 이에 권 후보는 보수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체념이 극에 달해 진보정당에게도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당 지지율보다 권 후보의 지지율이 더 낮다는 점. 그만큼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조차 권 후보에게 강한 확신을 보내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며 이는 권 후보의 ‘삼수생’ 이미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일호(52) 씨는 “권영길 후보에게는 이렇다 할 강한 이미지나 개성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만큼은 심상정이나 노회찬과 같은 참신하고 유능한 후배에게 기회를 줬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권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상당한 표심을 얻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의 민노당 득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진보진영과의 결속 △자주파(NL)와 평등파(PD)의 당내 봉합 △한국사회당과의 연대 등 아직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유권자의 마음에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으로 각인되기 위한 권 후보의 발걸음은 여전히 조급하다.

후보약력

·서울대학교 잠사학과 졸업
·대한일보 기자
·서울신문 파리특파원
·언론노련 초대, 2대, 3대 위원장
·민주노총 초대위원장
·15대 대선 국민승리21 대통령 후보
·민주노동당 초대 당 대표
·16대 대선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창원(을)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17대 대선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