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정치참여

기자명 김지현 기자 (kjhjhj1255@skku.edu)

17대 대선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요즘, 인터넷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선관위)와 누리꾼 사이의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갈등의 핵심쟁점은 공직선거법 93조. ‘누구든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게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누리꾼들이 올린 글이나 사용자 손수제작물(이하:UCC)이 속속 삭제되고 있고 게시자가 경찰서에 연행되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20대의 정치적 무관심, 온라인 참여로 해소
정치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누리꾼들의 항의 목소리는 대부분 20대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명이 주로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분석한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거나 △정치포털사이트에서 논객으로 활동하고 △대선 관련 뉴스에 댓글을 다는 등 참여형태도 다양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치포털 네이션코리아에 글을 쓰는 누리꾼 최지혜(고려대·경영06) 씨는 “20대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개방적인 시기”라며 “내 목소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키보드를 두드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또한 20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의식이 성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5년만의 대선과 맞물린 시점에서 이들의 온라인 정치참여 행태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UCC가 새로운 의사표현 매체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표현수단 △전달내용 △향유자의 범위 등도 다양해지는 추세.

지난 달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UCC로 인터넷을 들썩였던 누리꾼 김연수(연세대·정외04) 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UCC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 또한 만만치 않다.

정치참여 전문화·체계화시키는 온라인 단체
20대의 온라인 정치참여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조직의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커뮤니티 △웹진 △온라인 정당 등의 공간에서 서로의 글을 공유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하며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 수위도 꽤 높다.

이와 관련 대학생정치연구넷 김성환(국민대·경제05) 씨는 “한국 정치의 모순과 개혁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해오다가 온라인에는 나와 공통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단체의 테두리 안에서 연대해 활동하는 것이 든든할 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훨씬 크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생들의 이러한 온라인 정치조직이 다루는 이슈범위는 누리꾼들의 개인적 관심사를 모두 아우르는 차원을 넘어 특정 분야로 특화돼 가는 양상이다. “참여자들의 공통적인 특정 관심사가 단체의 성격을 결정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는 반세계화대학생네트워크 이수민 대표의 말은 단기적이고 산발적이던 대학생의 온라인 정치참여가 점차 전문화·체계화돼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터넷이 새로운 공론장으로서 갖는 역할은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과 결부돼 지대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온라인을 통한 20대의 정치참여는 상당한 영향력과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키보드만 있다면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 ‘정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