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로버트 S. 멘델존

기자명 이선영 기자 (sun3771@skku.edu)

의사가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고? 저자 로버트 S.멘델존 박사는 이 책을 쓸 당시 미국 전역에서 대중을 위한 의사로 존경받던 소아과 의사였다. 의학계의 중진인 그가 왜 ‘세상 사람들이 현대의학의 주술에서 해방되길 바란다’는 도발적인 선언을 하게 된 것일까.

첨단 의료기구들의 정체
저자에 따르면 심전도를 기록하는 심전계는 사실 전기장치를 이용한 고가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검사를 두 명의 전문가에게 판독시키면 20퍼센트나 다른 결과가 나오고 심지어 정상인의 과반수를 ‘중증’이라고 오독했다는 보고가 있다. 뇌파계 역시 젤리가 들어있는 마네킹의 머리를 ‘살아있다’고 판단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가장 보편화돼 있는 엑스레이는 어떨까. 이미 몇 명의 과학자가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인체에 비추면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여러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2, 30년 전에 머리, 목, 가슴의 상부에 방사선을 맞은 사람들 중 수 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서 갑상선 질환이 발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엑스레이는 성스러운 검사로 숭배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첨단 의료기구들은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현대의학이라는 종교에 굴복하도록 위압감을 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는 환자들
우리는 대체적으로 대학병원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 수업에 사용되는 개구리나 돼지의 새끼와 같은 신세가 되고 싶지 않으면 그 믿음을 버리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대학병원에서는 의대생이나 연수의들의 교육을 위해 환자를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치료라는 단어의 실체다. 이런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대의 의학 속에서 환자들이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진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선서로서 의학의 제1의 철칙인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이처럼 현대의학이 숭배하는 것은 병든 정신과 생명을 얼마나 구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의료 기기를 사용해 얼마만큼의 이윤을 올렸는가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축복하는 새로운 의학
1967년 남미 콜럼비아에서는 의사 파업으로 구급 의료 이외의 일체 치료를 행하지 않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망률이 35퍼센트나 격감했고 파업이 끝나자 수치는 다시 되돌아왔다. 이 기묘한 사례는 현대의학이 얼마나 불필요한 치료를 자행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새로운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공포심’과 ‘자만심’에 병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기존 의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새로운 의학 교육에는 윤리학, 사법학을 도입하고 논리학이나 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점수로 평가되는 테스트는 중요하지 않으며 환자와 함께 지내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인재를 원한다. 이러한 노력만이 죽음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현대의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학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