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눈이 내려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의 대학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술의 거리에는 언제나 많은 인파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달갑지 않은 외침. “8시 xx 콘서트 표 있습니다!”, “빨리 사세요!” 호객꾼들의 관객몰이에 몇몇 행인들은 미간을 찌푸린다. 이것이 공연예술의 메카라 불리는 2007년 대학로의 자화상이다.

이화동 사거리에서 혜화동 로터리에 이르는 거리를 일컫는 말인 대학로는 85년, 정부의 문화 예술거리 지정으로 인해 지금의 명칭을 얻었다. 이후 대학로는 ‘공연예술의 메카’라는 명성을 얻으며 20여 년 동안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거리로 자리매김 했다.

관객편중화에 외면받는 순수예술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로에서는 공연 예술 중심지로서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코미디나 섹시코드와 같이 즉흥적 흥미를 유발하는 공연들이 만연해 순수 예술이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극단 ‘아우내’의 한규용 대표는 “최근 대학로 연극 대부분이 흥미 위주의 공연으로 편성돼 있다”며 “실제로 연애, 개그, 섹시에서 탈피한 연극은 전통극이나 소극단에서 창작한 일부 연극 등에 국한돼 있다”고 말해 대학로의 연극 경향이 획일화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극단 ‘노을’의 대표인 순천향대 연극영화과 오세곤 교수는 “대중들이 뉴미디어로 인해 즉흥적인 재미에 익숙해진 것이 원인”이라며 “극단이 이런 관객들의 취향에 연극내용을 맞추는 경향이 계속된 결과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관객의 편중은 곧바로 소극단의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소극단이 1백 석 남짓한 적은 관객석도 채우지 못해 매 회 공연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개관한 소극장 ‘예술정원’에서 상연하고 있는 창작 연극 <아주 특별한 초대>도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년째를 맞고 있는 이 연극은 휴머니즘의 재발견으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회 공연 당 유료 관객이 4~5명에 불과하다. 이에 관해 <아주 특별한 초대>의 표철환 PD는 “재정 대부분을 후원금과 정부 지원금에 의지한다”며 “일부 소극단에서는 출연 배우가 직접 제작비에 투자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해 현재 소극단이 겪고 있는 재정 궁핍의 정도가 심각함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러한 대학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04년 5월에 서울시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 대학로를 공연지역으로 특화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이 일대 건물들의 임차료 상승으로 인해 실력 있는 예술 극단들이 떠나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대학로 소극장 임차료가 평균 50만원이었는데 문화지구 지정 이후 80만원까지 오르는 등 임차료 상승폭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해 임차료 인상이 지금까지도 소극단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 정책 부작용에 몸살앓는 대학로
더불어 문화지구 지정 직후 등장한 홍보 전문기획사는 대형공연과 소공연의 홍보 양극화를 불러일으켰다. 한 대표는 “기획사가 생겨나면서 자본이 탄탄한 대형공연은 1백여 명의 호객꾼을 동원하는 등 홍보 규모가 커진 반면, 소공연은 고작 포스터를 붙이는데 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홍보의 양극화가 관객의 편중을 심화시키면서 재정의 양극화까지 동반하고 있어 소극단과 대형극단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시 문화정책과 문화관리팀 유호상 팀장은 “기존에 있었던 대학로 위기론을 타개하자는 취지에서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했지만 임차료가 오르고 홍보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긴 것은 인정한다”며 그간 있었던 대학로 정책이 미흡했음을 시인했다.

지원금 정책도 문화지구 지정과 비슷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 대표는 “지원금을 타기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극단 간의 암투만 늘어나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 외에도 그는 “거리를 새로 디자인하고 조각을 세우는 것도 결국 겉만 치장하는 것일 뿐 정작 속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며 겉돌고 있는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연극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표 PD는 “연극인들이 단합하지 않고 지원금 등의 문제로 분열되다 보니 이런 어려움에 조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질이 떨어지는 연극이 팽배해졌다는 점에서 관객이 대학로를 떠나가는 것에 우리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연극계의 태도를 비판했다.

오 교수는 “대학로의 위기는 정부 정책, 관객의 기호 변화, 연극계의 미비한 대책이라는 삼박자가 빚어낸 결과”라며 “하루 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