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간 김포외고의 입시문제 유출 사건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돈을 주고 문제를 사고팔고 또 누군가가 그것을 원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 ‘지경’이 돼 버린 대한민국의 사회, 학벌사회 또한 다시 한번 충격이었다. 고등학교, 어쩌면 그 아주 아래에서부터 대학과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학벌이라는 그림자는 이제 한국 사회의 표상이 돼 버린 듯 하다.

이 사건은 실체 없는 가해자 때문에 열심히 했던 어린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어이없는 상황을 낳아 버렸다. 합격증을 손에 쥔 학부모들이 흘리는 눈물 속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까. 이들이 받은 상처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 줄 것인가. 누가 그들을 그곳까지 몰고 갔는가. 뿌리 깊은 한국의 학벌 구조가 결국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고등학교 입시 비리에까지 손을 뻗치고 말았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 이전의 신분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평준화 됐다는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신분을 나타내는 위계가 됐다. 그것은 그 사람의 지위나 권력, 심지어는 재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돼 온 학벌이 정재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 자리하고 있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돈을 부어가며, 심지어는 입시문제를 사려고까지 하며 그 좋은 파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현 정부를 비롯해 지금 대부분의 대선주자들도 현재와 같은 ‘뭔가 이상한’ 교육 구조를 재단하기 위해 칼날을 들이대려 한다.

대학 서열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면 또다시 ‘높은 서열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땀과 돈을 쏟을테다. 궁극적으로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이미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 우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이다. 오로지 그 의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재생산의 고리를 낳게 될 구조다.

고려대학교 교우회보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하는 글을 싣거나 또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을 실은 기고를 싣는 등 현행 선거법을 위반해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보의 지지층이 아닌, 한 대학의 교우회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학벌사회라는 것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우회보 측은 자중의 기미는커녕 어느 글을 싣고 말고는 교우회의 고유한 편집 권한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한다. 고유한 편집 권한이라는 말이 학벌주의의 얼룩 아래에서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학벌주의를 지금 당장 뒤엎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들이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공감대는 이뤄져야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초석이 놓여지게 될 것이다. 단순히 공고화된 서열로서의 위치가 아닌, 무엇인가라도 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임에도 그 공감대를 만들기는커녕 학벌을 수단으로까지 사용하려는 모습이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