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이 남자 삐딱한 매력이 있다. 가끔가다 딴생각을 한다는 그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우리 일상 속의 흔하디흔한 소재들에서 그는 촌철살인을 이끌어 낸다. 선물, 시계, 담배 등 가벼운 사물부터 시작해 술에 취한다는 것이나 겨울 새벽의 조깅과 같은 일상의 몸짓에서도 그는 그 만의 딴생각을 이끌어 낸다.

그는 ‘꿈’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런 말을 한다.

- 정치가가 꿈인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정치가가 되려면 웅변을 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열심히 웅변 연습을 했다. 그는 학창시절 온갖 웅변대회에 참가해 상을 휩쓸었다. 그의 웅변은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서른아홉 살이 된 지금, 그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웅변학원의 강사가 되어 있다. -

아니, 이게 왠 딴지란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좇는 ‘꿈’이라는 단어의 환상을 여지없이 부숴버렸다. 조금은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꿈’을 좇아 열심히 살면 모든 꿈이 이뤄지는가. 이렇듯 그의 딴지 속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담겨있다.

또 그는 ‘나’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해 준 모든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만 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올바르다. -

이렇게 저자는 ‘나’라는 자아에 대한 정의를 통해 딴지를 걸며 ‘내가 어떤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바라본다. 참 삐딱하다. 그렇지만 공감 간다. 그의 딴생각은 우리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진실을 들춰낸다.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이 내 인생에 헤드라인이 되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고, 노래방에서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지만 가수와 자신을 너무도 정확히 구별해주는 냉혹한 게임이라는 식의 그의 딴생각은 사소하지만 너무나도 우리 삶 속의 진실이어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그의 딴생각들은 마치 아무런 의미 없는 내용을 어떠한 사물에 투영시킴으로써 인생의 근본적인 무의미함과 답답함을 보여주는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쉽게 그리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그것에 공감하게 되는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그만의 딴생각. 한편씩 읽다 보면 간혹 ‘아, 나도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지!’하며 작가와의 교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우리는 딴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보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시대는 비판을 두려워하고 보이는 대로 믿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에서 딴생각이 튀어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딴지는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딴생각을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해버리지 말자. 지루한 인생에 위트를 가져다 줄 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 깊이를 더하는 딴생각, 그것이 인생의 진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