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개강도 중간고사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옷장 속 깊이 넣어둔 캐시미어 목도리를 꺼내게 된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펼친 달력에는 들판을 덮은 차가운 눈 풍경과 함께 ‘12월’이라는 글자가 보이고, 발그레한 숫자가 여길 보라며 나를 유혹한다. 무엇인가 하고 보니 바로, 크리스마스다.

제 종교를 불문하고 전 세계인의 축제날이 된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라는 뜻으로 자신을 희생해서 인류를 구원한 예수의 숭고함을 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예수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빛을 내는 초(candle)가 그 아늑한 밤을 더 따뜻하게 밝힐 준비를 한다.

2007 크리스마스 캔들 展’에는 그렇게 그리스도의 희생만큼이나 따뜻한 초들의 밝은 빛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모양도, 색깔도, 향기도 그리고 타오르는 빛의 온기도 각기 다른 초들은 눈이 소복이 쌓인 작은 집 앞에서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처럼 차가운 땅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거기에 은은한 촛불만큼이나 잔잔하게 들려오는 캐롤까지 같이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기쁨은 가슴 속 깊이 스며든다.

빛나는 것은 촛불들만이 아니다. 마이크로 크기의 꼬마전구 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조명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전시관 저편에 듬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큰 가시나무에는 노랗게 발광하는 꼬마전구들을 따라 관객들의 소원이 적힌 빛바랜 종이들이 무성하게 피어 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엄마가 곰 인형 사주게 해주세요’, ‘우리 사랑 영원히’ 등 세대를 초월한 크리스마스의 소박한 소망들은 불빛과 함께 빛난다.

또 캔들 展에서는 순수와 순결의 하양, 희망과 영원한 생명의 초록, 사랑과 희생의 빨강 등 크리스마스 카드의 단골 색깔들도 빛으로 환생한다. 종이 위에 죽어있던 색들이 빛이 되어 깜빡거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힘찬 생명력. 그 작지만 쉴 새 없이 뛰는 불빛들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뜨거운 맥박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일으키는 바람에도 살랑이는 빛들이지만 그 작은 불빛들은 끈질기게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자기 자신을 녹인다. 그렇게 애틋한 불빛이 치열하게 작은 몸을 녹이며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 더불어 이번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촛불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예쁜 생각까지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1룩스의 촛불 빛이 몇 천 룩스의 백열등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이미 당신의 품 안에 들어와 있다.

△기간:∼1월 31일 (일요일 휴관)
△장소:필룩스 조명박물관
△입장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