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
인간,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
  • 박경흠 기자
  • 승인 2007.12.05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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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 심리학, 인간 근본의 창조성과 주체성에 주목해

 칼 로저스에게 어느 날 한 학생이 '자살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로저스는 "그런 사정이 있다면 자살할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이 학생은 '자살을 하지 않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고 꾸짖기만 했는데, 이제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준 사람이 있으니 자살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상담 기법 속에 숨어있는 사상이 바로 인본주의 심리학이다. 이처럼 인본주의 심리학의 근간에 자리잡은 긍정적 인간관은 이후에도 각종 심리 치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로저스 별세 20년을 맞아 인본주의 심리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로저스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대전 발발 이후 심리학계는 점차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심리학이 지나치게 과학적 방법론에 얽매이다 보니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해 간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을 철저히 실험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정신분석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과 같은 기존의 연구 방법은 이러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매슬로우는 1940년대 인본주의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심리학적 탐구방식을 제시했다. 제3의 심리학이라 불리는 이 학문적 경향을 통해 그는 기존의 심리학과는 달리 인간을 좀 더 주체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려고 했다. 매슬로우 이후 이러한 ‘인본주의적 접근’은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집대성한 심리학자가 바로 칼 로저스다. 현재 로저스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실험 방법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인간관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데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자, 로저스의 어렸을 적 꿈은 놀랍게도 목사였다. 아버지가 도시의 세속적인 풍경을 싫어해 교외로 이사를 갔을 정도로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로저스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농업과 역사를 전공한 후 신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중도에 목사의 꿈을 포기하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다시 전공한다. 후에 로저스는 그가 신학을 포기하고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까닭에 대해 “남에게 무엇을 해라, 무엇을 믿으라며 내 의견을 강요할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남에게 명령하기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을 더 좋아하던 로저스가 환자와의 상담이 주를 이루는 인간 중심적 심리학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후 로저스는 개인의 잠재적 능력에 주목하고 인간의 자연적 본성과 자아실현을 심리학의 주요 주제로 삼자는 매슬로우의 의견에 동참, 인본주의적 심리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로저스는 매슬로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통합된 유기체로 바라보며 전체론적 관점에서 심리에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각자 가지고 있는 ‘내적 준거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적 준거틀은 개인의 성격과 행동·언행 등을 뜻하며, 이는 각자의 의식과 자아를 생산하고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내적 준거틀이 있는 한, 인간은 충분히 주체적인 존재이며 이를 통해 인간 심리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치료하는 ‘상담 심리’가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역설하게 된다.

또한 그는 인간의 심리가 자아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려는 어떤 경향성에 의해 동기화 돼 있다고 믿었다. 즉 인간은 자아실현화 경향을 통해 자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다질 수 있는 것이다. 로저스는 이것이 바로 생리적 욕구의 기본이 된다고 보았다. 인간의 무의식적 부문을 탐구하거나, 행동 관찰과 실험을 주로 하는 여타 심리학과는 달리 각 개인들의 이성적 자아를 인간 행동의 모든 근본적 동기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심리학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의 주류 심리학자들은 로저스의 인간관이 너무나 낙관적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인간 본성에 자리잡은 이기심과 잔인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저스는 이에 대해 “나는 인간이 ‘주체적’이라고만 했지, ‘낙관적’인 존재로 정의하지 않았다”며 항변했다. 그는 이러한 충동이 개인마다 다른 사회적 조건화와 자발적 선택에서 기인한 것임을 의미할 뿐, 인간의 본성을 설명해주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대에도 이러한 비판과 논쟁이 계속 이어지지만, 로저스가 심리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을 자유로운 행위자로 봄으로써 기존 심리학의 수동적 인간관에서 벗어나인간을 자유로운 행위자로 본 것이다. 특히 그의 이러한 사상은 심리학의 △상담 △성격 △치료 △교육 분야에 실질적으로 많은 공헌을 했다. 이와 관련 동덕여대 신기현 교육학 교수는 그의 논문 「칼 로저스와 메타교육」에서 “로저스는 자신의 삶 속에서 검증된 새로운 교육방식을 개척하고 전파한 인물”이라며 칼 로저스를 평가했다. 인간을 수동적인 교육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등 교육학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사람간의 진정한 소통을 꿈꾸던 로저스의 인본주의 심리학이야말로 소통의 단절로 ‘인간다움’에 목말라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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