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 시 심사평 ]

영 문 과 - 김원중 교수님

  올해에는 지난 해 보다 적은 30여 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시를 자신의 천직으로 알고 본격적으로 매진하는 일이 힘들겠지만 응모작 대부분에서 치열한 문학수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시들이 개인적 차원의 감정을 여과 없이 나열하는 데 그치고 그것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아취볼드 멕리쉬(Archibald MacLeish)의 「시의 기교」("Ars Poetica")의 마지막 구절,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A Poem should not mean / But be)라는 구절을 음미해보기 바란다.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새색시 옷 벗기기」는 시적 성취도와 완결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한국말에 대한 탁마가 특히 돋보인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탁월한 능력에 더하여 삶과 사물에 대한 시적 통찰을 겸비한다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우연」은 시적 소재를 잡아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재능은 두드러지나 이런 주제를 줄기차게 밀고 나가 부각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제목으로 삼은 우연을 설명하는 데 그치고만 느낌이 있다. 가작으로 선정한 「불면」은 시적 비유와 이미지는 신선하지만 중간 중간 비약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시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을 천착하면 좋은 시인이 될 재능이 엿보인다. 또 다른 가작으로 선정한 「시간」은 탄탄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글쓰기를 보여준다. 상식과 논리의 틀을 벗어나 시적 일탈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체득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응모한 모든 학생들에게 그리고 수상한 학생들에게 시신이 미소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새 봄을 맞기 위해 명륜당의 은행나무는 스스로 온 잎을 다 떨어뜨리고 시린 겨울을 온 몸으로 견디고 있다.


[ 희곡, 소설 심사평 ]
중 문 과 - 박정구교수님

이번 성대문학상의 소설, 희곡 분야에 지원한 작품은 총 12편으로서, 여러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와 필치로 자신의 문학성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총 네 편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그 중에서 희곡 작품 <Heaven 주식회사>는 이 시대 대학생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취업 문제를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해학적인 줄거리로 흥미있게 전개한 희곡작품이다. 보다 세심한 터치와 개연성의 공감이 좀 더 필요하지만, 신선한 소재, 문학적 잠재력, 작품의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소설 <춤을 춰, SCV>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캐릭터에 자신의 현실을 투영하여 내면의 갈등을 서술한 것으로 서술이 다소 느슨하고 지리한 느낌을 주고 있는 단점이 있지만, 소재가 참신하고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문학적으로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판단하여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수퍼싸롱>은 말기 암 환자를 통해서 인간의 숙명적 갈등을 묘사한 소설 작품이다. 서사구성의 완성도가 좀 부족하지만, 세심한 터치와 안정된 문장력을 통해서 문학적인 묘사가 잘 된 작품으로 판단하여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사과>는 중년 부인의 내적 갈등을 묘사한 소설 작품이다. 대학생답지 않은 기성세대의 통속적인 제재를 사용하였다는 점,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이 좀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판단되지만, 기본적 소설구성을 이해하고 있고 묘사가 뛰어나고 섬세하다는 점에서 문학적 소질이 인정되어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다양한 주제와 필치로 자신의 문학성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작품이 너무 기성세대의 소재나 인식을 모방하거나, 엽기, 일탈, 통속적인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으며, 구성의 완정성이 부족하고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앞으로 젊고 창조적인 실험정신을 더 발휘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