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HEAVEN
주식회사 HEAVEN
  • 성대신문
  • 승인 2008.01.22 17:41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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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최우수작 - 이풍운(신방03) 학우

등장인물

승진         백수, 취직이 안 되어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하게 되는 주인공.
애인         주인공의 여자친구, 백수라는 이유로 주인공을 떠난다.
천사         애인의 1인 2역, 주식회사 HEAVEN의 인사담당자.
친구         대기업 다니는 성공한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
자살남 1,2,3        친구의 1인 4역, 주인공과 같은 이유로 자살한 남자. 매단계마다 계속 지옥으로 끌려간다.
하느님       주식회사 HEAVEN의 사장.

1막

막이 오르고,
무대 위에는 평상복 차림의 세 남자가 서있다.
무대는 하얀 벽으로 둘러쳐 있다.
객석을 향해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두 남자.
두 남자 중 한 남자는 주인공, 승진이다.

무대 어두워지고,
승진을 향해 조명이 내려 비친다.

승진   벌써 100개째.
이제 더 이상 (뒷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이 빌어먹을 이력서. (구긴 채 손에 쥐고 있는다.)
...... (한숨 쉰다.)
(객석을 향해 걸어가 여자 관객을 보며)
누군 취직하기 싫어서 안하는 거야?
(짜증내며) 누가 짜증냈다고 이래?
그래! 헤어지자 그래! 잘난 놈 만나면 될 거 아니야!
...... (한숨 쉰다)
(반대편 객석으로 걸어나 남자 관객을 보며)
저녁 먹었냐? (우물쭈물하며) 아니 뭐 저녁을 사달라는 건 아니고...
(짜증내며) 누가 너더러 돈 달랬냐!
니눈엔 친구가 거지로 보이냐! 됐어 인마 다 필요 없어!
...... (한숨 쉰다) 다... 필요 없어.
(다른 뒷주머니에서 고리로 매듭 쥐어진 끈을 꺼낸다)
다 필요 없어. 이따위 세상 더 안 살면 그만이지.
(끈을 목에 매단다)
죽으면 더 이상 이까짓 이력서 안 써도 되겠지.

비장하고 침울한 승진의 표정.
무대 다시 어두워지고,

무대 다시 밝아지면 처음의 무대 위 모습으로.
멍한 표정의 승진 옆으로 서 있는 남자, 자살남1.
(이후로 자살남2, 3 모두 같은 인물로 1인 다역을 한다.)
두리번거리던 승진, 자살남1에게로 다가간다.

승진           저기 실례합니다.
자살남1       (당황) 네? 네.
승진             죄송합니다만 여기가 어딘가요?
자살남1       글쎄요. 저도 제가 여기에 어떻게 온 건지 모르겠어서... 
                   약을 먹고 죽은 줄 알았는데... 건물이 하얀 게 병원인지...
승진           (놀란) 어?
자살남1       왜요?
승진             아, 방금 전에 목매달았거든요,
자살남1       아이고, 어쩌시다가.
승진             (쑥스러운) 취직도 안 되고, 먹고 살기도 힘들고 해서요.
자살남1       저도 여기 저기 원서 넣어봤는데 다 안되서...
승진             (동병상련)....
자살남1        (악수를 권하는) 어쨌든 반갑습니다. 이런데서 이렇게 다 만나고.
승진             그러게요. 그럼 여기가 병원이라고 봐야 되는 건가요?
자살남1         입고 있는 옷도 죽기 전 그대로고 이렇게 죽은 사람들이 만난 거 보면...
승진             설마...
자살남1        왠지...
승진             천국인가요?
자살남1        글쎄요. 천국인지 지옥인지는 저도 처음 죽어봐서... 
                    어디든 우리가 살아 있는 건 아닌 듯한데.

조심스레 무대 뒤편을 향하는 자살남1.
그 순간 무대 오른편에서 나타나는 하얀 정장 차림의 여자, 천사다.
손에는 파일뭉치를 들고 있다.
이상한 기운에 놀라 뒤로 물러서 승진에게로 돌아오는 자살남1.
무대 가운데에 서는 천사.

천사            이렇게 주식회사 HEAVEN에 지원해주신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꺼내 보이며)  먼저 이 지원서를 작성하시고.
자살남1        (천사를 막아서는) 이봐요! 잠깐만요!
천사             네?
자살남1        무슨 소리에요 이게?
천사             아 이 지원서는...
자살남1        아니 그게 아니라.. 뭘 지원하고 .. 그리고 주식회사 ... 뭐라구요?
천사             저희 주식회사 HEAVEN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면...
자살남1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승진             저희가 죽은 게 아닌가요?
천사             아니요. 죽으셨죠. (종이 뭉치 뒤지며) 정확하게 자살하신 거죠. 
                     (종이뭉치에서 무언가를 찾은 듯) 이승진씨 맞죠. 
                     지금부터 정확히 30분 전에 목 매다셨네요.
승진              (가슴이 답답한) 그렇...
자살남1          그러니까 죽은 사람한테 지원서는 뭐고 헤븐인지 뭔지는 뭐냐고!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왜 이래?
승진               천국....
자살남1          (승진을 보며) 천국?
승진               헤븐이면 천국이란 뜻인데...
자살남1           (화색이 돌며) 그런 우리가 천국에 온 건가? 
                       아 이거 참, (쑥스러워하며) 그래 내가 좀 착하게 살긴 했지.
승진                 근데 지원서라는 건 뭐죠?
천사               저희 HEAVEN에 들어오시려면
지원서를 쓰시고 전형과정을 통과하셔 해요.
자살남1 뭐라고?
승진               천국 들어가려면 시험을 쳐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자살남1 이게 무슨 헛소리야! 천국 가는 데 시험을 본다니
(승진에게) 이런 이야기 들어 본적 있어요?
승진               글쎄요. 저도 처음 죽어봐서.
천사               (승진과 자살남1에게 지원서를 나누어 주며) 
                      자 여기에 자시 이력과 소개서를 소신껏 적어 주시면...
자살남1          (지원서를 집어 던지며) 아니, 이거 하기 싫어서 약 먹었는데 
                      죽어서까지 이 짓을 하라고. 난 못해. 아니 안 해! 
                      (멍하니 손에 든 지원서를 쳐다보고 있는 승진에게) 
                       뭘 봐요! 볼게 뭐있다고 (승진의 지원서를 뺏어서 집어 던진다.) 
                      어차피 죽은 거 아쉬울 것도 없어. 
                     (천사를 향해) 배 째. 죽기밖에 더하겠어.
천사               할 수 없죠. 지원하지 않으시겠다면 
                     (무대 왼편을 가리키며) 그냥 저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자살남1          나가라면 못나갈 줄 알고.

성큼 성큼 걸어가 무대 왼편 뒤로 사라지는 자살남1.
그 모습을 지켜만 볼뿐 차마 따라가지 못하는 승진.
잠시 무대 위에 정적이 흐르고,
자살남1의 비명소리와 곡소리가 무대 뒤에서 넘어온다.
끔찍한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고 몸을 움츠리는 승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의 천사.

천사              지원을 포기하시거나, 전형 중에 탈락하시면 
                     자동으로 지옥으로 가시게 됩니다.
승진             지옥이요?
천사             차라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끔찍한 지옥이죠.
승진             이거 참...
천사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합격하시면 천국에서의 삶이 보장된답니다. 
                     그럼 지원서 충실히 작성해주시고, 
                     잠시 뒤에 제가 돌아오면 저에게 제출해 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에는 지원이 몰릴 수 있으니 미리미리 서둘러 주세요.

남자에게도 지원서를 건네주고 무대 오른편으로 사라지는 천사.
천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승진,
자살남1이 집어 던진 자신의 지원서를 주워든다.

승진             (한숨 쉰다.) 내가 이걸 다시 할 자신이 남아 있을까? 
                    정말 죽는 것보다 이게 싫었는데, 
                   살아있을 때로 안됐는데, 죽었다고 되겠어. 
                  차라리 지옥이나 가버릴까.

무대 왼편으로 향하는 승진.
순간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자살남1의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비명소리.
소스라치게 놀라 멈춰서는 승진.
겁에 질려 몸을 떨며 뒤돌아선다.

승진             빌어먹을, 그래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보자. 
                     어차피 갈 지옥, 한 번만 더 해보자.

지원서를 내려다보는 승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무대 어두워지고,

2막

어두운 무대 위 조명이 내려 비치고,
조명 한가운데 승진이 서있다.
1막의 여자관객에게 다시 다가가는 승진.
무대 앞의 여자 관객을 보며 무대 끝에 걸터앉는다.

승진             뭐가 걱정이야. 오빠 못 믿어? 
                    (웃는다.) 준비는 무슨 준비? 언제 오빠가 맘먹어서 안 된 거 있냐? 
                    지들이 나 안 뽑으면 누굴 뽑아. 
                    그래, 그래. 빨리 취직해서 오빠가 우리 애기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 번 할까? (관객에게 다가간다.) 
                    (당황하는 관객에게)내숭은... 해달라고 그럴 땐 언제고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며) 잠깐만 전화 좀 받고 올게.

무대 가운데로 향하는 승진.
계속 조명은 승진을 따라 간다.

승진           응, 엄마. 원서 넣어 놨어. 
                  에이... 괜찮아. 친구들 보니까 다 잘 되던데 뭘. 
                 아버지는? 몸은 좀 어떠신데... 
                 응, 알았어. 열심히 하고 있어. 
                걱정 말고 엄마 건강이나 좀 챙겨. 
                 응, 끊을게.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는 이번엔 막 1의 남자 관객에게로 다가간다.
역시 남자 관객을 향해서 무대 끝에 앉는 승진.

승진             아, 엄마였어. 
                    넌 회사는 어때? 다닐만 해? 
                    짜식 만날 힘들다 그래. 
                   회사 생활이 다 그렇지 뭐. 
                   그래 뭐 별거 있냐. 
                   나도 너네 회사나 들어 가볼까? 
                   뭐야? 그 표정은? 
                   (농담하는) 오라 그래도 안간다. 짜샤. (웃는다.)

승진의 웃음소리와 함께 무대 어두워진다.
웃음소리 잦아들고 한동안 적막하고 깜깜한 무대.

무대 밝아지면,
무대 가운데 서있는 승진이 보인다.
손에는 지원서 한 장이 들려 있다.

승진             (한 숨 쉰다.) 천국도 똑같구만. 
                    (지원서를 보며) 천국을 지원하게 된 동기? 
                   앞으로 천국에서의 포부? 
                   에이씨 그런 게 어딨어! 
                   (지원서를 구겨서 집어 던진다.)

적막이 흐르는 잠시.

승진          (구겨진 지원서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긴 살아있을 때도 동기고 포부가 있어서 이력서 썼던 건 아니니까. 
                (지원서를 주워서 잘 편다) 어차피 밑져야 지옥이야.

바닥에 엎드려 지원서를 쓰기 시작하는 승진.
무대 다시 어두워지고,

무대 밝아지면,
무대 오른편에는 긴 책상과 의자 하나가 놓여있고,
무대 왼편의 의자 두 개가 책상을 마주 보며 놓여 있다.

무대 오른편에서 들어오는 하느님과 천사.
하느님은 천사와 같이 하얀 양복에 말끔한 차림새다.
천사가 손에 든 파일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천사             하느님, 이번 지원자들의 이력서입니다.
하느님         (귀찮은 듯) 뭘 이렇게 맨날 죽고 그러는 지 원. 
                   이번엔 또 몇 명이야?
천사            정확히 811216명입니다.
하느님        요즘엔 천국 갈만한 인재들이 없어. 
                   눈을 좀 낮추면 지옥도 괜찮은데 말이야. 
                   365일 보일러 뜨끈뜨끈하고, 안 심심하게 자꾸 뺑이 돌리잖아.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천사            (그럼 니가 가라는 표정으로) 그...렇죠.
하느님        빨랑빨랑하자. 염라대왕이랑 골프 약속 있어.
천사            네, 곧 들여보내겠습니다.

하느님은 오른편 자리에 앉아 파일을 뒤적이고,
천사는 무대 왼편으로 다가가 이름을 부른다.

천사         자살번호 01번 02번 들어오세요.

무대 왼편에서 들어오는 승진과 뒤따르는 자살남2.
자살남2는 자살남1과 복장이나 외모가 약간 다르다.

천사           (왼편의 두 의자로 안내하며) 앉으시죠.

벙찐 표정으로 의자에 앉는 자살남2와 긴장한 승진.
천사는 하나님의 옆으로 가서 선다.
승진은 정자세로 앉아 주먹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하느님        (파일만 뒤적이며 둘은 보지도 않고) 
                  자기소개 짧게 해보세요.

자살남2       저는 일찍이 천국에 들어오기 위해, 자살을 준비해왔습니다. 
                  손목을 긋거나, 목을 매달기를 수 십번, 번번히 실패를 하며 절치부심. 
                  미국으로 연수를 가서 권총소지 자격증을 따게 되었고, 
                  이렇게 한방에 천국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끈기 있는 남자로 천국에서 제 능력을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하느님.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자살남2를 보는 승진.

하느님       이승진씨!
승진           아! 저는 천국에 대한 꿈을 항상 가져왔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하느님      됐습니다.
승진         (낙심하는)...

파일하나에 뭐라고 실컷 쓰고는 천사에게 넘겨주는 하느님.
파일을 받아든 천사는 승진에게로 다가온다.
울상이 된 승진, 다 틀렸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천사         (자살남의 팔을 잡으며) 따라 오시죠.
자살남2    (반색하며) 저 뽑힌 건가요?

천사의 알 수 없는 미소.

자살남2     (승진을 보며) 저 뽑혔대요. 이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의기양양하게 일어나서 천사의 뒤를 따르는 자살남2.
자살남2를 데리고 무대 왼편으로 사라지는 천사.

승진           그쪽은...

잠시 뒤, 자살남2의 곡소리 들리고,
천사는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털며 무대로 나온다.
겁에 질린 승진.
다시 하느님의 옆에 가서 서는 천사.

하느님              이승진씨!
승진                 (놀라)네!
하느님             천국을 지원하게 된 동기는 뭡니까?
승진                그... 천국이 가지는 그 (에라)....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성장 가능성? 그럼 승진씨가 생각하는 천국의 성장 가능성은 뭐죠?
승진                그러니까 사람들은 계속 죽을 꺼고...그러니까.
하느님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꾸 죽어야 된다? 
                        그럼 뭐 지옥이랑 다른 게 없잖아요?
승진                  그게...
하느님               (고개 저으며) 쯧쯧.
승진                   (이마에 땀을 닦으며)...
하느님               천국에 가게 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요?
승진                   아 저는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엔 천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하느님               (파일을 보며) 이정도 스펙가지고 천사하겠어요? 
                          착한일 해본적은 있어요? 
                          뭐 보니까 허풍만 세구만. 뭐 말만 그럴싸해. 
                         그리고 여기 보니까 3살 이후로 산타한테 선물 받은 적도 없구만.
승진                  (목이 타는 듯 매만지며) 그게...
하느님                도대체 뭘 믿고 죽은 거예요?  죽으면 다 될 줄 알았어요? 
                          살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으면 천국 가겠지 생각했어요?
승진                    (고개 푹 숙이며) 죄... 죄송합니다.
하느님                 나한테 죄송할 건 없지요. 승진씨 인생한테 죄송한 거지.
승진                    (놀라 고개 들며) 네?
하느님                승진씨 인생한테 죄송한거라고...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자기 자신한테 미안하다는... 내 삶에 미안하다는 그런 생각?
승진                     네...
하느님                 (고개 저으며) 자기가 천국 못갈만한 사람인건 알겠죠?
승진                    (끄덕이며 아랫입술 깨문다.)
하느님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충실히 답해 주세요.
승진                    (희망을 가지며) 네? 네!
하느님                살고 싶습니까?
승진                   네?
하느님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습니까?
승진                   (엉겁결에 끄덕이는) 네...
하느님               그럼 살아있기 위해 노력한 게 뭐가 있습니까?
승진                   ...
하느님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기 위해서 무엇을 했습니까?
승진                   ... 없습니다.
하느님                 아까 지옥 간 분은 죽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지. 
                          승진씨는 살면서 뭘 했습니까? 살기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승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느님               살아있기 위해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으면서 죽음을 선택한 겁니까?
승진                  (감정이 북받쳐 올라온다.)
하느님               살고 싶습니까?
승진                   (가슴이 답답해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네...
하느님               뭐라구요?
승진                  네. 살고.... (가슴을 부여잡는)..

고개를 흔드는 하느님.
파일에 무언가를 휘갈겨 쓰고는 천사에게 넘기려 한다.

승진                  (그 순간) 살고 싶습니다.
하느님             (파일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이승진씨.
승진                 (감정을 추스르며) 네.
하느님              천국은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가는 곳입니다. 
                        자신의 삶에 자신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는 곳이죠. 
                         죽음을 무릅쓰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살아가는 곳입니다.
승진 ...
하느님            (파일 안에 지원서를 꺼내 찢는다.) 
                       나가 보세요.
승진                네?
하느님            살고 싶다고 하셨잖습니까? 
                       여기는 죽은 사람들이 오는 곳입니다. 
                        (천사에게) 이승진씨 안내해 드리게.
천사                네.

승진을 데리고 무대 왼편으로 나가는 천사.
천사의 손에 이끌려 나가던 승진,
천사의 팔을 뿌리쳐 내고 하느님에게 다가간다.

승진                하느님, 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살면 되는 거죠?
하느님            승진씨의 삶입니다. 어떻게 사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승진                (해탈한 듯 또는 깨달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습니다.

미소 짓고는 다시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살피는 하느님.
천사의 팔에 이끌려 무대를 나가는 승진.

승진               그럼 이제 전 어디로 가는 거죠?
천사               승진씨가 노력하며 살아갈 곳이겠죠.

무대 왼편으로 사라진 승진과 천사.
이내 자살남3이 무대로 나온다.
역시 복장과 외모는 자살남1,2와는 다르다.

자살남3 (하느님에게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저는...

나가라며 손을 젓는 하느님.
천사가 자살남의 뒤에서 나타나 그대로 끌고 들어간다.
자살남3의 기괴하고 우스꽝스런 곡소리 들리며,

무대 어두워진다.

3막

무대 밝아지면,
무대 가운데 애인과 친구가 서있다.
애인은 천사의 1인 2역이고, 친구는 자살남의 1인 2역이다.
애인과 친구 모두 현실의 복장이다.

친구                승진인 어때, 몸은 좀 괜찮아?
애인                네. 이제 괜찮은가 봐요.
친구               걱정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자살까지 생각할거라고는... 
                      친구가 되가지고 신경도 못써주고
애인                오빠가 왜요. 오히려 여자친구라고 매일 잔소리만 한 제 잘못이죠.
친구                근데 지 몸 걱정이나 하지 무슨 또 면접이야, 면접은..
애인                꼭 가고 싶은 회사라고, 해보고 싶대요.
친구                참 나... 말릴 수도 없고.
애인                (근심어린) 그러니까요...
친구                걱정 많이 했나 보다. 너 표정도 안 좋고, 혹시 어디 아파?
애인                아니요. 그냥...... 사실 승진오빠 자살하기 전에 우리 헤어졌었어요.
친구                그... 그래?

그 때 마침 무대 뒤에서 승진이 나타난다.
말쑥한 양복 차림에 사람이 달라 보인다.

승진                (친구를 보고 다가오며) 어! 너는 왜 왔냐?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면접 보러 가는 건데.
친구                (다가가며) 며칠 뒤에 중국지사로 가게 돼서 
                       신변 정리하라고 휴가 받았어.
승진                야아... 너 가면 나 밥은 누가 사주냐?
친구                (미소)... 그게 젤 걱정이다, 그래.
승진                (미소)
애인                오빠 늦겠어.
승진                응... (친구에게) 잠깐만 비켜 줄래. 나 얘랑 얘기할게 좀 있어서.
친구                응. 그래. 알았어.

자리를 만들어 주려 무대 한쪽으로 비켜서는 친구.
무대 가운데 승진과 애인.

승진                이제 그만 찾아 와도 돼. 괜히 미안하기만 하고.
애인                (미안한) ...
승진                대신... 나 노력할게. 
                      너한테 어울릴 만큼 노력해서 그 때 다시 너 찾아 갈게.
애인               (고마운) 그래요. 오빠. 힘내요.

친구가 다가오고,

승진                이제 둘 다 그만 가 봐. 
                      세 살 먹은 애도 아니고 나 혼자 갈 수 있어.
친구               그래. 잘하고 와.

친구와 애인에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무대 오른편으로 사라지는 승진.

애인                우리도 그만 가요. (친구를 데리고 무대 왼편으로 가는)
친구                아 나 저기 싫은데.
애인                무슨 소리에요? (친구의 팔을 끌고 간다.)
친구                이 장면 이상하게 익숙해.

무대 뒤로 사라지는 애인과 친구.
갑자기 친구의 곡소리.
그리고 무대 어두워지며,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애인과 친구의 목소리.


애인(E)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친구(E)                몰라,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무대 밝아지면,
무대 가운데 객석을 바라보며 놓여 있는 의자.
무대로 나오는 승진.
또박또박 걸어 나와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승진         (당당하게) 안녕하십니까! 
               매순간 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남자 이승진입니다. 
               제가 귀사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대 어두워지며 승진의 목소리 어둠속에 묻힌다.

<끝>

 

수상소감

 2007년 1월 신방과 연극패 몸말 28회 연극에 극작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처음으로 연극을 써보고 공연하며 연극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고마운 사람들은 몸말 식구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극작에 대하여 가르쳐 주시었던 정재은 영화감독님께도 너무 고맙습니다. 제 글이 그나마 이렇게 누군가가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계기는 다 정재은 감독님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몸말의 식구들과 정재은 감독님, 마지막으로 미흡한 글 읽어주시고 심사해주신 것도 모자라 상까지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주안점

 “주식회사 HEAVEN”도 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힘들었던 취업 준비 과정에서 쌓여가는 불합격 이력서와 면접이라도 한번 보게 해달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이야기였습니다. 천성이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지라 그저 코미디로 만들고 싶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쓴 글이 제 자신에게 꾸짖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제 스스로에게 나무라듯 쓴 글이라 다른 분들이 읽으신다고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합니다. 제가 그랬듯 취업 전선에서 포기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제 자신을 향한 그런 꾸짖음이 공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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