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작 - 심민경(법03) 학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맴을 돌 던 시간은 곧은 자처럼 길게 펴져

그 위에 아침과 밤이 줄줄이 놓여



나는 지겨이 반복된 몸짓으로

그 수많은 낮과 밤을

창호지 뚫듯 온 몸으로 뚫어나가야 했다.



그 끝에 있으리라 믿은 죽음은

내게는 너무도 낯설어 

흥건한 낮과 밤을 조금도 응축시켜주지는 못하였다



나무의 겨드랑이에서는 봄을 알리는 새순이 돋고 있다.

이내 풍요로 왔다가 사그라지는 기억일랑은

마찬가지로 죽 뻗은 직선

나는 열두시를 알리려 자리를 박차는 뻐꾹이처럼

한 해의 같은 때를 알람하지 못하고

풍요로운 때에 탄성 하였네



나무처럼 나는 자꾸만 자랐다.

잘박 잘박 밟히는 검은 흙은 살갗도 털도 아닌, 시간.

 

나는 어제의 오늘과 지난 오늘에 앞에

무참히 자란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바치며

멈춤이 없는 시계바늘을 붙잡고 꺼이꺼이 곡하였다.



나는 자꾸만 잠이 드는 밤이 되면 베개 위에 머리를 얹고

저승의 명경대 앞에 선 죄 많은 속인처럼

순간 많은 것을 보고

이내 허우적거렸다.


아. 자꾸 빨랐다. 허우적 거릴수록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