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형 교수(경영학부)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필자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체육 시간마다 학급 전체 학생들로 하여금 운동장 다섯 바퀴를 뛰게 만드셨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중도에 포기하는 낙오자가 생기면 전원이 다시 다섯 바퀴를 더 돌게 만드셨다. 그러면서 꼭 하시는 말씀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모두 다 단결해서 같이 뛰어야 낙오자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였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교육 중에 개인주의를 강조한 교육은 거의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철저히 집단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단주의는 국가의 위기를 단결을 통해 극복하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10년 전 IMF 경제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들었던 은행 앞의 기나긴 행렬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10년 후인 지금 태안의 기름 유출 현장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가 만들어 낸 많은 사회 병폐들을 지적하고 싶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경제 및 교육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만은 아니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주의적 국민성도 일조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유행이나 ○○열풍이라는 단어가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옆집에서 조기 유학을 보내면 우리 집 아이도 유학을 보내야 하고, 친구가 주식에 투자하면 나도 해야 하는 심리가 우리나라처럼 강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집단 심리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풍에 동참하는 부작용을 낳게 하고 이는 결국 개인의 비용 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으로 남게 된다. 

선진국의 예는 어떠한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의 문화는 개인주의적이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된다. 따라서 직업관에서도 직업의 귀천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목수나 배관공도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살아가며, 우리나라처럼 너도 나도 고시에 전력투구하는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판, 검사나 공무원이 존경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때문이다.

필자가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개탄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지나친 집단주의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생들에게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순수 학문이 외면받고 상아탑이 고시 및 취업 준비반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볼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들을 따라서 토익책을 붙들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볼 때, 필자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우리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지나친 집단주의의 병폐에 빠져 있다고 해도, 한국의 지성을 책임질 우리 대학생들은 다른 사고를 해야 한다. 창의성의 시작은 다양성에서 비롯된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대학생들이 깨닫기 바란다. 대다수가 가는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 대학생들이 발견하기 바란다. 남들과 같이 행동하고 남들을 따라가려는 집단주의 문화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 아니 우리 대학생들부터 바뀌어야 할 때다.  뭉치는 것은 위기 때와 단결이 필요할 때만 하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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