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준 편집장 (oversea@skku.edu)

1월. 2학년이 되는 학우들에게는 그 의미가 참으로 남다른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매년 1월에는 계열생들의 전공진입신청과 결과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계열로 입학한 필자 역시 작년 이맘 때 모니터 앞에 앉아 지원한 학과의 경쟁률을 들여다보던 것이 기억난다. 본래 학부제와 계열제는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탐색할 수 있고, 다양한 학문 간의 연계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계열제의 운영현황이나 전공신청을 보면 우리 사회의 취업난이 비단 졸업예정자나 고학번 뿐만 아니라 1학년 학우들에게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계열생 때 정말로 다양한 전공을 탐색하는 기회를 가졌다면 소속된 계열의 다양한 학과에 어느 정도 수준의 지원자는 있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계열제의 의미가 있는 것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그러나 다양한 과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채우거나 초과하는 학과는 취업이나 고시와 관련된 몇몇 학과에 불과한 것이 현재 계열제의 실상이다. 게다가 그런 인기학과들은 복수전공 신청자도 넘쳐 학교 측에서 제한까지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 같은 인기학과는 ‘미래’가 있는 학과로 학우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반면 취업이나 고시를 준비함에 있어 별다른 이점이 없는 학과들은 소위 비인기 학과로서 ‘미래’와 ‘쓸모’가 없는 학문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있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매년 반복되는 아주 ‘당연한’일이 돼버렸다. 필자가 전공신청을 할 때 역시 선배들과 동기들은 모두 취업과 전공을 연관 지으며 인기학과를 나오지 않으면 졸업해도 할 일이 없다고 비인기 학과에 지원하는 것을 만류했었다. 전공 선택의 기준이 하고 싶은 학문이 아닌 취업 가능성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인기학과를 제1전공으로, 비인기 학과를 제2전공으로 하는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이한 사례’로 비춰진다. 사람들은 언제나 당혹감에 물든 표정으로 필자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기업에서 싫어하기 때문에 복수전공은 그만 두는 편이 취업을 위해서 좋지 않겠느냐고. 보통은 인기학과에 가기 위해 복수전공을 하는데 왜 굳이 ‘그런’ 학과를 복수전공 하느냐고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그랬지만 점점 스스로가 진정 하고 싶은 학문인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의 결과가 아니라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기학과로의 전공신청을 하는 학우들이 늘고 있는 것이 말이다. 취업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 취업으로 인해 우리는 초, 중, 고에서 못했던 진정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에서마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