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철원군을 가르고 있는 38선을 소재로 한 노래 ‘가거라 삼팔선’은 분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가요다. 남인수의 애절한 목소리가 담긴 이 곡은 1947년 정식 음반으로 발매돼 분단으로 상처받은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결국 노래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남북을 가리지 않고 유행했다.

노래는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등의 의문형 종결을 사용한 가사로 분단의 한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반공을 내세운 이승만 정부가 자유를 찬양하는 2절을 새로 삽입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이 노래가 가진 통일의 메시지는 다소 훼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거라 삼팔선’은 여전히 남북한 통일가요의 대명사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일 노래들은 향유계층이 분단세대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서 1994년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는 당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줬다. 젊은이가 통일을 이야기 했다는 것과 대형 태극기를 건 철원 노동당사를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는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로선 획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 노래를 발표함으로써 아이돌 그룹에서 사회의식을 가진 젊은 뮤지션으로 성장했고 팬 층이었던 청소년들은 분단에 대한 문제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또한 ‘발해를 꿈꾸며’는 기존 통일노래들이 주로 쓰는 우울한 멜로디에서 벗어나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역동적인 장르를 사용함으로써 통일의 희망찬 미래를 노래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는 “‘함께 하나를 보며 나가요’라는 가사와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장르에서 알 수 있듯이 분단의 우울한 면보다 통일의 희망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기존 통일가요와 차별 된다”고 평가한다.

퓨전 역시 통일 가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흐름 중에 하나다. 2006년 발표된 김용우의 민요 ‘비무장지대’가 그 대표적인 예. 태평소 소리로 친근하게 시작하는 이 노래의 기본 장르는 민요지만 그 안에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조화로운 연주로 신세대적 감각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故문익환 목사의 시 ‘비무장지대’를 차용한 가사는 “비무장 지대로 가자”를 연신 외치며 구성진 가락 속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 씨는 이 구절을 “오염되지 않은 비무장지대를 통해 깨끗한 통일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긴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분단의 역사를 같이한 통일 음악은 통일에 대한 염원만은 간직한 채 우리 곁에서 그 슬픔을 달래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