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수영 기자 (geniussy@skku.edu)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애써 반으로 가르며 서로를 마주보고 지나온 세월이 60년. 한반도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자연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분단의 중심 DMZ가 미술가들에게 꾸준히 조명 받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경기, 1번 국도>展은 △회화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DMZ를 담아내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작품들은 DMZ 자연 생태의 지속 가능성과 더불어 남과 북의 통일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관을 들어가면 붉은 심장을 품고 있는 푸른 캔버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 정정엽의 회화 <지워지다-두더지, 싹, 심장, 씨앗, 국경> 중 하나인 <심장>은 그 안에 혈관 대신 숲을 채워 넣음으로써 살아 숨쉬는 DMZ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그 강렬한 색채에서 시선을 돌려 발걸음을 멈춘 곳은 작가 김승영의 설치 미술 <PEACE>. 작가는 남과 북만을 가리키는 나침반에서 분단의 의미를 끄집어내어 작품을 완성했다. 흥미롭게도 바닥 내부의 전파 교란에 의해 나침반 바늘이 방향을 상실한 채 흔들리고 있는데 이는 갈피를 못 잡고 어영부영 넘어온 분단의 세월 60년을 되새겨 주는 듯하다.

작품을 따라 걷다 도착한 방에는 DMZ를 카메라 렌즈로 비춘 이시우 작가의 사진들이 남과 북의 하나됨을 향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북을 향한 전망대를 “본다는 것. 부둥켜안고 싶은 간절함을 점잖게 관성화시키는 제도”라 부르는 이 작가는 남과 북의 만남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을 주도한 화가 李반이 편찬한 작품집 「비무장 지대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도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수많은 작품들은 독자에게 침묵의 땅 DMZ의 역동적인 생명성과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 작가의 설치 미술 <날개 284×4>에서 이러한 주제는 집약적으로 표출된다. ‘DMZ의 새’가 작품집의 축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284×4의 면적을 지닌 DMZ를 중심으로 한반도는 양날개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 작품은 ‘그 어느 쪽 날개라도 부서지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해 DMZ가 평화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분단 60주년, 이렇게 미술가들은 고통과 치욕의 역사를 묵묵히 간직한 채 시리도록 푸른 자연을 품고 있는 이 땅위로 통일이라는 붓을 휘두르며 따뜻한 겨레의 빛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