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연(인과계열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누가 창문에 빛을 때려 박았다

주공상가건물 3층 P C 방, 세 글자 낙인이

잠 못 드는 나의 뺨을 지져 놓는다

내가 네 송아리자도 되니?-입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 오디오가 저당 잡힌 외벽을 연신 걷어찬다

헤드라이트가 골방을 훔쳐보고 지나간다

송전탑이 충혈된 눈을 끔벅거린다

전봇대가 아버지를 덮친다

세상이 걸음마하다

뒤로 넘어진다


더는 잠을 청할 수가 없어

폴란드, 체코, 쿠바……

이 땅의 대척점에 놓인 나라 이름들을

장판에 손톱으로 끼적인다

때가 되면

그래, 때가 되면

앞서 누군가가 걸어 둔

고요한 해먹을 찾아가 누우련다


허나,

장판이 아물며

대척점이 점점 코 앞으로 다가온다

그 곳에도 혁명가가 전사한 티셔츠가 있을 것이다

그 곳에도 부동산 투기가

무허가 판잣집 철거가

고리대금업자가

차압 딱지가

내 코가!


베갯잇을 적시는 피

삶이 아득아득하다

 

 

<소감>


시작노트를 쓰고, 기성시인의 작품을 필사하고

‘시를 쓴다’라고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말하게 된 지가 1년도 채 안 된다.

습작기라 제대로 된 조탁도 거치지 않아 아직 엉성하고 너저분한 글이

여러 선배들을 제치고 잘 된 작품〔佳作〕이라는 평가를 받으니 쑥스럽기 그지없다.

딴에는 썩 틀리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고,

이제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현실에 구애됨이 없이

내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작품에 대하여>


나의 글은

섹스피스톨의 펑크스피릿과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즘이고자


세기가 넘어가도 여전한

군국주의와

신제국주의와

악질공산주의와

저질자본주의에 대하여*

나는 내 종이를 더럽히는 방법을 택했다

(그 자식들이 내 인생을 망쳐놓았다

하늘에 가서도 너희들은 용서 않는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는***

이 아름다운 세계를 위해서라면

내가 악역을 맡는다

내가 판도라가 되어 상자를 연다

당신은 마조키스트가 되어 마음껏 느끼시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의 글에는 아직

휘발유를 뒤집어 쓴 채 홀로 불타는 일렉트로닉 기타나

팔레스타인 어린 전사의 카라시니코프 소총만큼의

절박함이 없다는 것.


*함성호. 「모닝좆」.

**함성호. 「당신과의 교신을 바라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집단 성폭행당해 女高生 비관 자살—한국일보, 1990년 9월 18일자.)

***이성복. 「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