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개학이다. 방학 동안 각자 따로 공부하던 학생과 선생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봄학기의 시작은 대학이라는 곳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도 맞는다. 이들과 함께 여느 학교와 다른 대학의 의미도 더욱 신선해진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이미 만들어진 물건으로 가격을 흥정하는 시장과 같을 수 없다. 대학의 강의실이 중ㆍ고등학교의 교실보다 열정적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진정한 창조의 시간과 공간은 항상 열려 있다. 미지의 세계는 무한히 넓고, 이 점에서 선생과 학생이 다를 바 없다. 대학은 이 당연한 사실을 감추려고 스스로 담을 쌓거나 거짓 위세를 부릴 만큼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이 엄숙한 진실 앞에 겸손해짐으로써 비로소 더 깊이 깨닫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음을 아는 지혜가 있다. 대학 강의실의 선생과 학생도 이로 인해 더욱 즐겁고 활기차다.

개학에 즈음하여 어떤 대학에서 강의 평가 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하였다.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학다운 일이다. 이것은 비단 강의자에 대한 평가로 그치지 않고, 평가자인 학생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였을 것이다. 학생들까지 실명을 밝히기 힘든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선생과 학생이 열린 마음으로 마주했던 자리에 대한 평가는 더 멋진 만남을 위한 초대장이다. 투명한 공간에서 창조적 시간을 나누려는 대학인이라면 작은 고통 따위는 기꺼이 감내한다.

물론 강의 평가는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닐뿐더러 학생이나 학교 당국이 선생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잣대일 수도 없다. 혹 이것이 기성의 지식을 싸게 사고팔 수 있는 쇼핑 장소를 안내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실 땀이 없는 창조는 불가능하며, 새로운 지식의 산실인 대학의 강의도 마땅히 어려워야만 한다. 당장은 힘들어 피하고 싶을 만큼…….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느끼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대학의 강의는 바로 이를 위한 것이고, 그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들이 지금 맞이한 개학은 단순히 학기를 시작하는 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열 개(開) 배울 학(學), 배움에 대한 열림 이것이 정녕 필요하다. 특히 학생과 선생이 함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강의실에서 안이한 구매자가 아니라 고달픈 생산자의 마음으로 열린 배움을 서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이 학기가 끝날 때 강의 평가로써 대학인 모두 창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각자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