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법(法)이 아닌 헌법(憲法)의 이름으로
헌 법(法)이 아닌 헌법(憲法)의 이름으로
  • 박경흠 기자
  • 승인 2008.03.03 01:20
  • 호수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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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줄게 새법다오』, 박성철

 

헌법재판소(이하 : 헌재)의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기각하고 호주제를 폐지토록 한 데도 헌재의 판단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위헌 혹은 합헌을 결론지었던 헌재의 기준에 대해 일반인이 알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헌법줄게 새법다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고내린 헌재의 판례를 △인권 △양심 △표현 △노동 등 18가지의 주제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군 가산점제, 간통죄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판례들을 언급하면서 ‘과잉금지원칙’이라는 헌재의 일관된 헌법 정신을 놓치지 않고 있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합해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며, 공익과 사익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함을 뜻한다.

과잉금지원칙이 뚜렷이 나타나는 사례로 저자는 교도소의 한 수감자에게 장기간 수갑을 채우는 행위가 위헌이라 판단한 헌재의 판례를 든다. 헌재는 수감자가 교도관을 찌르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예방을 목적으로 수갑을 채웠다는 ‘목적의 정당성’과 도주가 불가능하도록 수갑을 채운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한 전력이 1년 이상 동안 상시적으로 양팔을 완전히 고정시켜둘 정도의 계구사용을 정당화할 만큼 분명하지 않다”며 ‘피해의 최소성’이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오랜 기간동안 수갑을 채워 수감자의 기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교도소의 과도한 조치였다고 본 것이다.

반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범칙금을 받은 한 운전자가 도로 교통법 법률 조항들이 자신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안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안전띠를 매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맞으나, ‘도로’라는 공간의 특성상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필요한 정도의 제한’을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책에서는 “소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없다”는 과잉금지원칙 논리를 중심으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판례들을 해석한다. 즉 헌재의 역할이 “무엇이 ‘소’이고, 무엇이 ‘닭’인지” 구분해 내는 것이라면, 이 책은 그 기준을 통해 자신들을 억죄고 있는 부당한 법률이 무엇인지 직접 판단하게끔 도와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저자는 93년 ‘합헌’ 결정을 받은 교수 재임용제도가 2003년 ‘헌법불일치결정’을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과잉금지원칙의 기준이 수학처럼 정해져 있지 않아 헌법적 관점,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헌재의 결정을 무조건 맹신하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헌재의 판결이 곧 진리’라는 수동적인 사고방식보다는 헌재의 ‘과잉금지원칙’처럼 커다란 원칙을 정해 부조리한 사회현상에 대해 스스로 판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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