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상상만으로도 달콤했던 ‘대학생’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새내기 여러분, 여러분 중에 많은 분들이 이제 막 20대라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셨을텐데요. 십대라는 껍질을 깨고 성인이라는 더 큰 세상을 향해 인생의 발걸음을 돌리는 스물들에게 성(性)이란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마주하게 되는 현실 중에 하나일 겁니다.


한국 문학계의 문제적 작가로 꼽히는 장정일의 소설 「아담이 눈뜰 때」에 등장하는 아담은 대학에 낙방하고 재수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가족들과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을 대하기가 낯 뜨겁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는 그는, 열아홉과 스물 그리고 소년과 청년의 중간 지점에서 방황하고 있는 남자죠. 모든 것의 과도기가 그렇듯 남자 인생의 중대한 과도기에 놓여있는 그에게 사회와 자아 그리고 성은 혼돈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88올림픽으로 흥분돼 있는 정ㆍ재계의 뒤편에서 노점상 철거를 강요받는 동네 주민들을 목격하고, 대학에 진학한 후 더 커진 허영과 이기심으로 인해 겉만 그럴 듯한 시인 데뷔를 꿈꾸는 여자 친구 은선의 모습을 보며 아담은 모순으로 뒤범벅된 세상 속에서 홀로 설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 혼란을 잠시라도 잊어버리려는 듯 아담은 욕정만 가득하고 사랑은 없는 무의미한 성관계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렇게 불안한 열아홉의 아담이 작 중에서 즐겨보는 그림이 바로 뭉크의 <사춘기>입니다. 그림 속에서 전라인 채로 하얀 시트의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마른 소녀는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아랫부분을 가리며 보는 이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성인 여자라고 하기엔 앳돼 보이는 얼굴과 미숙한 육체는 그녀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라는 것을 보여주죠. 제목처럼 사춘기의 아이를 그리고자 했던 뭉크의 손에 의해 태어난 소녀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뭉크는 어렸을 때 동생을 임신한 채로 죽은 어머니를 보면서 ‘생명의 잉태=죽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절규>, <마돈나> 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케 한 뭉크의 정신질환도 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비롯된 것인데 그에 따라 존재의 잉태라는 온전한 성적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사춘기는 그에게 굉장한 불안과 공포감을 안겨주었죠.


비록 뭉크는 평생을 이 정신질환 속에 살았지만 사춘기라는 긴 터널을 이제 막 통과하고 있는 모든 스물들도 그에 비견될 만한 혼란 속을 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어떠세요? 소설 속에서 아담으로부터 비춰지는 ‘불안한 스물’의 자화상이 당신도 낯설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