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가스등> 리뷰

기자명 권시정 기자 (ksj0114@skku.edu)

‘가스등 이펙트(Gaslight Effect)’라는 단어는 사실 이 책의 저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빈스턴 박사가 1944년 작 영화 ‘가스등’을 보고 만들어낸 개념이다.

이 영화는 희미해지는 가스등 불빛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워하는 폴라와 그녀를 조종하는 남편, 그레고리의 이야기다. 그녀는 처음에는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남편에 의해 점차 환각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묘사 된다.
그레고리는 폴라의 이모인 엘리스의 살해범이자 보석 도둑으로, 폴라와의 결혼 역시 그녀가 물려받은 유산을 노린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이런 그와의 결혼이 행복했을 리가 없는 법.  그레고리는 폴라를 미치게 만들어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당신은 무의식중에 집안 곳곳의 물품들을 몰래 이곳저곳 숨긴 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입시킨다. 그럼에도 폴라는 결코 남편을 의심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은 완벽한 존재였고, 자신은 그에게서 사랑받아야할 대상일 뿐이었다.
따라서 자신은 정신이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스스로가 확신하게 된다. 더욱이 자신의 방 가스등이 때때로 희미해지며, 지붕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며 남편에게 두려움을 호소하지만, 그는 폴라에게 ‘그것은 당신의 상상일뿐’이라며 철저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레고리가 집안에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 다락방의 가스등을 켜고 돌아다녔기에 폴라의 방으로 공급된 가스의 양이 줄어들어 발생한 ‘진실’이었다. 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인식하지 못한채 남편에 의해 조종되는 폴라의 삶은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찬 그녀의 집 앞 골목으로 대변된다.
그러나 모든 범죄에는 끝이 있는 법. 경시청에서 근무하는 브라이언은 폴라와 마찬가지로 희미해지는 가스등을 보게되고, 여러 단서를 통해 폴라의 말이 진실임을 밝혀낸다. 브라이언이 아니었다면, 폴라는 결코 자신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왜 그녀는 그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처럼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그레고리와 그를 이상화하고 사랑과 관심을 받기위해 그의 관점까지 받아들이는 폴라의 병리적 심리상태는 현대의 한 심리학자에 의해 ‘가스등 이펙트’라 명명돼,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폴라와 그레고리라는 역학적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 로빈스턴 박사는 타인의 영향력 아래 결코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에게 “영화에서처럼 타인에 의해 희미해진 가스등과 같은 판단에서 벗어나 밝은 햇살을 통해 자신의 눈부신 가치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는 왜곡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의 여정을 꿈꾸는 우리-폴라와 그레고리-를 위해 길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