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내년 봄이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문을 연다. 도입여부에 관한 논란으로 10여년의 세월을 보냈고, 법안통과의 지연으로 개원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1년 더 늦어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인가신청을 한 41개 대학 중 16곳이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여 심각한 후유증도 낳았다.

우리 대학은 정량평가에서 2위, 정성평가를 포함한 종합평가에서 3위로 인가를 받았다. 건국 이후 우리나라 법학교육과 법률가양성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이 엄청난 실험을 선도해야 할 책무를 우리 대학이 지게 된것이다.

미국식 법학교육제도인 로스쿨은 두 가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학교육을 이수한 이들을 상대로 전문대학원에서 법학교육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Socratic method)”이라는 독특한 교육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법학교육을 제공하여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더욱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후자는 법학도들에게 “법적인 사고방식(legal mind)”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게 한다.

1870년에 하버드 로스쿨의 학장으로 부임한 크리스토퍼 랭델(Christopher C. Langdell)이 도입한 문답식 법학교육방법은 그 시작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동서고금을 통해 교수들은 ‘강의’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수가 가르쳐주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업방식을 선호한다. 판례에 나타난 법원칙을 요약하여 강의하던 그 당시 교수들에게 랭델의 시도는 생소할 뿐 아니라 어리석게 보였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랭델은 25년간 학장직을 수행하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후임 학장직을 15년간 수행한 랭델의 수제자 제임스 에임즈(James B. Ames)의 의해 이러한 혁신적 방법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랭델과 에임즈는 지식전달에 초점을 두는 전통적 강의방식은 학생을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것이고,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은 학생을 어른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판례에 나타난 법원칙과 논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수업이 아니라, 문답식 수업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판결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법학교육방법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받은 이들이 법률가로서 도처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자, 하버드 안팎의 반대도 차츰 수그러들었고, 예일과 컬럼비아 등 경쟁 대학들도 이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 수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사용해본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 방식은 로스쿨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다양한 수업에서도 효용성이 높다고 본다. 이것은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교육이고, 학생들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개발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미 “문제중심학습법(PBL)”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우리 대학에서 로스쿨 교육방식의 혁신과 함께 문답식 교육도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김재원(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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