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술 자체가 관객과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면 이야기가 살짝 달라진다. 관객들은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 호응이라는 조건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예술 소비자가 생산자의 이런 요구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그 예술의 본질은 크게 흐려질 것이다. 이는 예술 소비자가 생산자에 대해 지켜야 할 기본 윤리이며 계약 사항이다.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사물놀이 30주년 기념 프레스 공연’은 앞서 언급한 ‘대표적 계약 위반(?)사례였다. 프레스 공연이었기 때문에 내심 ‘호응이 크진 않겠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관객들의 태도는 가관 그 이상이었다. 혼신을 다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팔짱을 끼고 보는 기자들이 대부분이었고 한 파트가 끝난 후에도 박수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프레스 공연인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잔나 삼스탁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프레스 공연에의 호응이 너무 없어 본 공연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로 해당 공연의 분위기도 중요했다. 기삿거리에만 급급한 주요 언론 기자들은 사물놀이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키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다음 날, 그렇게 공연을 본 기자들이 ‘무슨 기사를 썼나’하는 생각으로 뉴스 검색을 하다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Y모 언론이 프레스 공연에 있지도 않았던 판 굿의 내용을 상세히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사의 압권은 바로 이 내용이었다.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거나 박수를 치며 사물놀이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문장을 향해 기자는 한마디 내뱉었다. “웃기지 마라, 난 그런거 못 봤다”

과연 그들에게 예술은 무엇이었을까? 엄청난 공연을 보고도 미동하나 하지 않던 기자들의 눈에는 연주자의 손짓 하나하나가 기사 조회수로 보였나 보다. 그런 관람 태도 앞에는 진정한 예술도, 진정한 문화인도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