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수영 기자 (geniussy@skku.edu)

알기 힘든 미술용어로 가득한 작품 설명에 좌절하고 클래식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에 눈치봤던 경험, 한번이라도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듯 미술전시란 우리에게 종종 멀게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 이러한 미술전에 지친 관객들에게 작품들이 먼저 다가가는 ‘살아있는 미술관’이 잠실에서 열리고 있다.

△ 손을 흔들고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이 전시회에서는 IT 기술이 벽에 붙어 있던 예술 작품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순간을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고대 조각들과 3D로 재현된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을 소개하는데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광경은 마치 하나의 연극을 보는 듯한 신선함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가 단순 흥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관객과도 자유로이 대화하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경이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원근법으로 유명한 호베마의 <미델하르니스의 길>을 걸어 가다보면, 모네의 <생 라자르역> 속 기차가 기적소리를 내며 달리고, 밀레의 <만종> 속 농부 부부가 걸어 나와 관객을 맞이한다. 제작 당시의 모습을 담아 영상으로 만든 이 작품들은 그림 속 의미를 넘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담아내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그림마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전시회의 마지막 작품은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그의 과감한 붓터치가 섬세하게 재현된 테라스 위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 인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된다.

△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재현 공간

이렇게 과학으로 재탄생된 작품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려진’ 그림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그려지는’ 그림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기획은 IT-ART라는 색다른 예술을 체험케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붓터치나 질감을 마주하는 ‘평범한’ 감상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미술작품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화가 클레의 말처럼, 이 미술전을 통해 명작과의 진정한 소통의 장을 여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 기간:3월 7일~
△ 장소:잠실종합운동장 內 전용관
△ 입장료: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