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벽장을 뛰쳐나올 수 있도록...

기자명 김지현 기자 (kjhjhj1255@skku.edu)

Coming out of Closet. ‘벽장에서 나오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커밍아웃’이란 단어는 어느새 성적소수자를 규정짓는 또 하나의 특징어가 돼 버렸다. 이는 남자 혹은 여자라는 일반적인 성(sex)을 뛰어넘어 제 3의 성(gender)을 추구하는 CD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스스로 벽장 속에 걸어 들어가지도 않은 그들에게 커밍아웃은 자신의 ‘취미’를 밝히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미 타인에 의해 벽장 속에 갇혀버린 그들은 그 문을 박차고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자신이 크로스 드레싱(Cross Dressing)을 즐겨함을 자발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오히려 평소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누군가에 의해 벽장에서 ‘끌려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간 사람들의 비난과 두려움의 눈초리. 또한 단순히 ‘시선’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기피와 격리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3년 전부터 CD생활을 겸해왔다는 이민호(36)씨는 직장동료에 의해 CD임이 밝혀진 후 회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해고된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동료들의 눈빛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 내 발로 나왔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커밍아웃은 한 가정의 단란함도 깨버린다.

이에 대해 건강가정상담소 정미윤 가정사는 “남편의 성 정체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이혼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며 “아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결국엔 이혼으로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가족으로부터도 격리되고 있다.

특히 CD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와 달리 특정 성 영역에 속해있지 않고 그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정신이상자’ 혹은 ‘변태’ 취급을 받기 일쑤이고, 이로 말미암아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성이 아닌 이성(異性)의 복장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CD들이 받는 상처는 결국 성 정체성을 넘어 자아 정체성의 혼란까지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최근 성전환 수술을 한 배우 이시연(본명 : 이대학) 씨처럼 CD에서 트랜스젠더로 변화할 가능성도 일부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단체 운동가들은 CD가 나중에 트랜스젠더로 변하든 변하지 않든, 혹은 과거에 남자다운 남성이었든, 여자다운 여성이었든지 간에, 이 순간 CD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을 현재 모습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성적소수자인권지원회 서민정 활동가는 “CD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어 당장 이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성복장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오픈마인드로 긍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이 완화된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이성애와 동성애의 이분법에 덧씌워져 있다. CD는 이 양단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생물학적 성(性)대로 살아가는 이도 ‘나’, 여장 혹은 남장을 하고 즐거워하는 이도 ‘나’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CD. 이들은 언제나 그렇게 즐겁기만 할 수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