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윤 기자 (kjy0006@skku.edu)

‘크로스드레서’. 간단히 말하면 이성복장선호자. 소위 ‘변태’ 취급당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알림에 있어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와닿지 않는 말만 반복하는 답답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 겨울, 꽤 어려운 루트로 크로스드레서들이 자주 모인다는 여장카페를 찾아갔다. 그들은 왜, 바지가 아닌 치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성도착자, 간단히 말하면 변태라는 소리에 신물이 났을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커피프린스가 한 때 인기 있었잖아요. 여자가 남장하면 보이쉬하거나 귀여운 미소년쯤으로 보는데, 남자가 여장하면 왜 변태라고 하는 거죠?” 하긴, 남자들도 억울할 만하다. 항상 성차별의 가해자인 것처럼 그려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도 피해자다. 무서워도 겁내지 않아야 하고,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고. 여자가 취할 수 있는 남성성에 비해 남자가 취할 수 있는 여성성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알고 보면 여자가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여자가 바지를 입는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였다. 성(性)이란 우리 사회가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 중 하나다보니, 돌이켜 보면 결코 별 것도 아닌 일들이 그 당시에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비윤리적 행위처럼 여겨져 온 것이 많다.
카페에 들어서 뻘쭘하게 앉아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덥수룩한 수염과 굵은 목소리. ‘당신도 혹시?’라는 내 시선을 읽었는지 불쑥 사진 한 장을 내민다. 붉은 립스틱에 짧은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한 사진 속 여자. 아니, 남자.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할까 남자라고 생각할까. 치마를 입으면 여자, 머리가 짧으면 남자.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사고방식은 너무나 단순했다. 이제 좀 골치 아플 때도 됐다. 남자는 왜 치마를 입으면 안되는지 생각해보자. 그 당시 여자가 왜 바지를 입으면 안되냐는 질문에, 어떤 대답들이 나왔을지. 

물론 ‘모든 남자가 치마를 입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수도 있지’ 쯤의 열린 사고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