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이 붙이는 대자보나 플랜카드가 소리도 소문도 없이 철거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새내기를 받기 위한 필사의 대자보와 정기공연을 알리는 값비싼 포스터도 예외는 아니다. 엄연히 학생들의 지적 창작물이요, 노동의 산물이거늘 학교는 아름답고? 깨끗한? 학교를 위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참는 것에도 한계는 있는지라 학교 관리팀을 찾아가 어찌 된 일이냐고 묻노라면 자동응답기처럼 하는 얘기가 이렇다. “저희가 안 그랬는데요. 아저씨들이 때신 건가 봅니다.”

허탈한 마음에도 오직 근성 하나로 다시 대자보를 붙이지만 다음 날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영롱한 녹색의 텅 빈 게시판. 아저씨한테 따지듯 말한다. “아저씨, 학생들 대자보 좀 뜯지 말아 주세요!” 그럼 아저씨는 “학교가 떼라고 해서 그러지… 우리가 뭐 나온다고 이거 떼고 돌아다니겄어… 관리팀이나 학생지원팀가서 한 번 얘기해봐.”

아저씨의 한 숨 섞인 한 마디에 모든 것은 원점이 되고 만다. 다시 학교를 찾아가면 그 다음에 하는 소리가 더 가관이다. “도장 받으시면 되요. 그러면 안 땔 겁니다.” 사전 검열 받는 것도 아니고 대관절 무슨 이유로 학생들의 대자보가 학교본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항상 말하는 학교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이 황당무계한 사건을 무마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창의와 다양성을 존중하신다는 학교에서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학생들의 대자보를 그토록 부지런히 뜯어버리신다면 이는 언어도단이요, 학생기만이고, 명백한 학생권리의 침해다.

이는 개개인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공동의 논의를 통해 반드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저씨들도 번거롭게 계속해서 동분서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인화(유동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