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준 편집장 (oversea@skku.edu)

최근 각 대학들이 2009학년도 대학입시전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정책이 상당부분 변화함에 따라 이번 입시전형도 지난 입시전형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입학사정관제의 본격적인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란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고등교육 과정과 학생선발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지원자의 성적과 개인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입시에서는 이런 입학사정관제가 몇몇 대학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됐었으나, 올해부터는 우리 학교를 포함해 서울 지역의 상당수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물론 아직은 시행초기 단계지만 이 제도의 본격적 도입은 우리나라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적위주의 주입식 교육. 지금까지 수도 없이 지적돼 왔던 우리나라 교육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바로 이런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성적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며 창의적인 교육을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입학사정관들이 이를 평가해 입시의 중요 자료로 활용한다면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본다면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한다거나 전인교육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런 것들보다는 성적을 중시한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학원 24시간 교습안’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위주의 현 교육상황을 더욱 부추기는 정책을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 이외의 평가기준을 사용하는 입학사정관제는 현 교육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적 이외에 개인의 잠재력과 같은 다른 항목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객관성과 투명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 달전 대학사회를 한창 시끄럽게 했던 편입학 비리 및 부정 사태를 보면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물론 각 대학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준비하겠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류대에 들어가고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과연 이 제도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제도의 취지와 그 효과는 기대할만 하다. 그러나 너무 제도에만 얽매여 더욱 중요한 의식변화에 너무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닐지.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지금, 우리의 의식이 과연 어떤지 성찰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