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와 남녀

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것. 바로 뇌다. 기억하고, 학습하고, 사랑하고, 인지하는 인생의 모든 과정들이 바로 양배추 크기의 호두 모양을 한 1천5백g 뇌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학습과 감정이라는 특별한 능력은 왜 인간에게만 부여된 것일까? 또 왜 인간의 능력은 노화되는 것일까? 언제 어디를 가나 꼭 가지고 다니면서도 꺼내 볼 수 없기에 신비했던, 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M과 F라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똑같은 상황을 봐도 다르게 해석한다. F는 불같이 화를 내는 M을 이해하지 못하고, M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F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F가 하루에 한 번하는 생각을 M은 52초에 한 번씩 하기도 한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내내 함께 있으려 하는 그들은 Male과 Female, 바로 남과 여다.

남자와 여자의 유전적 차이는 약 1%에 지나지 않는다. 수정 순간에 아버지가 주는 염색체가 X냐 Y냐에 따라 그 성별의 차이가 결정될 뿐 유전학적으로 남자이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특별한 차이는 외형적인 신체 구조 이외에 없다.

그렇다면 두 종족 간에 발생하는 정서적, 심리적 차이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후천적인 사회화 과정 외에 우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뇌의 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현재 성 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의 윤가현 교수는 “남녀의 차이에 있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뇌의 현저한 차이는 학습이나 사회화로도 역전시키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민감도, 공격성의 차이.....

뇌와 직접적 연관 있어
뇌의 크기는 남자가 9% 가량 크지만 단순한 크기 차이가 남녀의 차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뇌 속의 특정 세포 개수나 각종 중추들의 발달 상황이 성별 차이를 생성해낸다고 볼 수 있다.
남자에 비해 신경세포가 11% 정도 많은 여자는 감각적인 것에 더 민감하다. 이렇게 남자보다 신경세포가 많은 여자는 정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뇌 측두엽의 해마상융기도 더 큰데, 이 해마상융기는 정서뿐만 아니라 기억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소한 것들을 여자가 더 잘 기억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두드러지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 또한 뇌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남자는 감정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이 작고 이곳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공격억제호르몬인 세라토닌의 분비가 여성에 비해 현저히 적다. 또한 공격성을 주관하는 편도 역시 자기공명영상장치(MRI)촬영을 통해 보면 남자의 크기가 여자보다 두드러지게 크다는 것이 발견된다. 

한편 뇌가 우리 몸 안의 각종 호르몬들을 주관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뇌의 차이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생식기 자극선 호르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여성에게 많이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2차 성징을 유발하는 호르몬으로 뇌의 커뮤니케이션 중추를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여자들이 하루에 2만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남자들은 7천여 개의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남자의 경우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세포들을 죽이는 테스토스테론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섹스와 공격 세포를 성장시키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남자는 성적 사고 관장하는
뇌부위 발달돼
특히 남녀 관계에 있어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는 성적인 사고와 행동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남자는 성적 쾌감을 담당하는 시상하부가 발달돼 있고 이 밖에도 성적 충동을 담당하는 뇌 공간이 여자의 2.5배에 이르러, 여자가 하루에 한 번 정도(많게는 3~4번) 성적 충동을 느낄 때 남자는 52초에 한 번 꼴로 욕구를 느낀다. 동일한 상황에서 여자가 ‘그래 여기까지’라고 생각할 때 남자는 ‘그래 이제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남녀의 뇌 차이를 안다면 1천6백배에 이르는 생각의 빈도수도 서로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