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환경 보호, 현재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화두다.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각종 협약으로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등 환경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렇듯 모두가 환경 보호에 고심할 때, 에코패션은 의류계도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2008년 패션계의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코패션은 에콜로지 패션(Ecology Fashion)의 줄임말로서 말 그대로 ‘생태계를 배려한 패션’을 말한다. 이 생소한 트렌드는 80년대 말, 밀라노 등지에서 모피코트의 생태계 파괴를 비난하면서 시작됐는데 당시의 에코패션은 단순히 생태계 보호차원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90년, F/W 밀라노 컬렉션에서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인조모피가 무대에 오르며 에코패션은 패션계의 거대한 흐름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에코패션은 생태계 보호에서 환경 보호로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특히 합성섬유가 환경을 크게 해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디자이너들은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환경 디자이너인 킴 이지마는 91년에 천연섬유를 이용해 옷을 만들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명품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카스텔 바작도 같은 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옷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환경 친화적 소재를 이용한 옷을 패션쇼 무대에 올렸다.

90년대 초반, 에코패션은 미국을 몰아친 그런지 패션(Grunge Fashion:지저분해 보이는 옷을 통해 기존 체제에 저항하던 시애틀 패션)과 결합돼 유행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런지 패션의 핵심인 청바지를 중고 의류로 만드는 새로운 문화가 널리 퍼진 것이다. 그에 따라 이전까지 환경 친화적인 소재 사용에 국한됐던 에코패션의 성격은 이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바뀌게 된다. 그러나 94년에 그런지 문화의 상징이었던 커트 코베인이 죽음으로써 그런지 패션은 급격하게 쇠퇴했고 덩달아 에코패션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후 한동안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에코패션은 지구 온난화, 환경 유해 물질 배출 등의 심각해진 환경문제로 인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 타임즈’紙는 2006년에 “환경이 패션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케임브리지 대학은 『잘 입고 있는지』란 보고서를 통해 “한 해 1000조원에 달하는 패션산업이 점점 환경을 의식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환경 친화적 패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일련의 반응이 말해주듯 세계 패션업계는 에코패션 브랜드의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뉴욕의 고가 드레스 브랜드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대표적인 예. 이 브랜드는 대부분의 상품을 △버려진 소파 △페트병 섬유 △중고 청바지 등의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만들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매년 20%정도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스위스 가방브랜드 ‘프라이 탁’이나 일본의 ‘샘플’ 등이 중고 의류를 이용한 에코패션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에코패션은 2006년에야 ‘에코파티 메아리’가 재활용패션 브랜드로 첫 발을 내딛을 정도로 그 시작 이 늦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에코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에코 패션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에코숍의 백향자 매니저는 “외국과 달리 에코숍을 찾는 국내 고객들에게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구입한다기 보다 개성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라며 아직 국내에서 ‘패션의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서상영, 송자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재활용 패션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고 코오롱, LG패션 같은 대기업들도 재활용 섬유를 이용해 제품을 내놓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한국의 에코패션은 서서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과 비교해서 에코패션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패션연구소의 최윤정 연구원은 “패스트 패션이 불러일으키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에코패션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영국인이 한 해 입고 버리는 옷의 무게가 30kg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환경오염, 자원 낭비 등 패스트 패션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에코패션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범람하는 환경문제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코패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서상영 디자이너는 “에코패션의 친환경 정신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에코패션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디자인적인 측면만 강조한다면 에코패션도 한때 스쳐가는 독특한 유행의 하나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며 에코패션의 미래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의식에 달려있음을 나타냈다. 환경과 패션의 중심에 놓인 2008년의 에코패션.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색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에코 패션이 과연 한 때의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실용적인 환경운동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지 세계는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