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임산호 기자 (mangojelly@skku.edu)

광화문부터 시청으로 가는 길,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띤 것은 양 차도를 꽉 메우고 있는 전?의경 차량들이었다. 그리고 시청 앞 광장에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열띤 함성들, 그리고 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깃발들…. 7천여 명이 모인 집회의 규모에도 놀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집회 참여자의 두 배 가까이 모인 경찰들 때문에 놀랐다. 이날 집회는 학생과 시민이 주요 참여자였고 절차에 맞춰 신고한 평화 집회였다. 그럼에도 나라에서는 만여 명이 넘는 경찰들과 불법시위자를 현장에서 바로 검거할 수 있는 ‘체포전담조’ 3백여 명을 투입했다. 대학생들이 자기 권리를 말하는 자리에 뭐가 무섭다고, 누굴 막겠다고 이리도 많은 경찰들이 모였을까.

 반면 이날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7천여 대학생들은 흥겨웠다. 아직 앳된 얼굴의 그들은 연단에서, 그리고 잔디 광장 위에서 거침없이 등록금 해결 촉구를 부르짖었다. 학교 이름이 적힌 수백 개의 깃발들이 쌀쌀함이 채  가시지 않은 봄바람에 실려 허공 높이 넘실댔다. 잔디광장은 학생들이 하나 되어 외치는 소리로 들썩였다. 그날 잔디광장에 ‘무기력한 88만원 세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자는 그 곳에서 이 나라의 젊은 지성인들을 보았고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시장에 넘어간 논리, 대학은 죽었다!”, “우리를 값비싼 골칫거리로 만들지 말라!” 학생들의 손에 들린 형형색색의 피켓을 보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함께 잔디광장에 앉아 그들의 목소리에 동조했다. 신명났다. 꽹과리 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은 팔을 높이 흔들었으며, 전국에서 올라온 학생대표들은 연단에서 열띤 목소리로 등록금 해결을 외쳤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를 꽉 메운 전?의경들만 무색하게 서있었다. 

 이제 봄내음이 난다. 이 봄이 지나면 등록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사그라질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피켓에 들려있던 것처럼 이대로라면 대학의 숨은 죽어간다. 이 나라의 지성인이 될 대학생들은 값비싼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기자는 확신한다. 기자가 본 학생들의 힘이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리란 것을, 그리고 그 힘이 모일 때 이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걱정도 끝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