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러문0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렸을 적 내가 살던 마을은 흔히 말하는 시골이었다. 아이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실개천이 마을을 휘감아 나가고 여름이면 동네 꼬마들은 그 개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곤 했었다. 지금 같은 3~4월이 되면 겨우내 꽝꽝 얼었던 물속에서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기들이 유연한 몸놀림으로 물살을 타며 잃었던 그들의 보금자리를 다시 점령해 나갔다.

나에겐 할아버지가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낚시를 참 좋아하셨다. 당신의 동네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먼저 떠나고 그 외로움을 버티어 내셨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하신 낚시는 대나무를 자르고 깎아서 그 끝부분에 파리나 모기모양의 모형을 달아서 만든, 지금 흔히 말하는 ‘파리낚시’였다. 그걸로 배고픈 피라미들을 능숙하게 건져 올리시곤 했다.

지금도 나는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인 저수지에서 낚시하는 것 보다는 흐르는 강물에두 발을 담그고 내 손으로 낚시줄을 풀었다 당겼다 하는, 흐르는 물소리 가운데서 느끼는 그 맛이 더 좋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개울로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 은빛 낚싯줄을 휘휘 돌려 여울진 강심으로 던져 넣고 맨 끝에 달린 낚시 바늘의 흐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낚싯대를 당기면 어느새 눈썰미 밝은 피라미 떼가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그 모습이 좋다. 시간을 내어 주변의 지인들과 자연을 벗 삼아 갓 잡아 올린 피라미를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에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쉽지가 않다.

내가 군대를 다녀오기 전에 들었던 수업인데 지금은 과목명도, 교수님의 성함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때 교수님께서 첫 시간에 하신 “진달래가 처음 필 때 그 수업은 휴강한다”라는 말씀만은 기억에 생생하다. 그냥 우스갯소리겠거니 하면서 흘려버렸던 말씀인데 4월이 오자 정말로 “오늘은 진달래가 피었으니 휴강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수년전의 기억이 왜 이리 선명한지. 오늘도 따스한 봄날 햇살은 강의실 창밖에 가득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봄을 느낄 여유도 없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