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수 기자 (ibdest@skku.edu)

“고교 다양화 300이 무슨 영화이름인 줄 알았어요” 한 연설자의 비판어린 농담에 세종문화회관 앞은 웃음바다가 됐다. ‘3·28 전국 대학생 행동의 날’이 지난 지 꼭 일주일, ‘이명박 교육정책 규탄 교육주체 결의대회’의 인파속에서 또 한번 등록금 피켓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피켓을 목에 건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집회장에는 ‘교육주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고 사이사이의 문화공연들과 함께 연설을 이어갔다. 입학과 동시에 무한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특목고 설립으로 또 다른 경쟁을 해야 하는 교사들, 행여나 내 자식이 뒤쳐질까 허리가 휘도록 사교육비를 벌어야 하는 학부모, 그리고 말 할 것도 없는 대학생. 그들의 연설에는 교육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서려있었다. 벌써 대통령의 임기 말인 것 같은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연설 중에 시험 준비로 바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집회가 끝나갈 즈음에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몰려왔다. 장난스레 집회장에 앉아보더니 “시험이나 없애줘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이내 지나쳐 갔다. 비록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신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여전히 등록금 인상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행동으로 나서는 학우들은 더더욱 부족하지만 4·5 결의대회에서 기자가 본 것은 등록금 걱정을 넘어 다른 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정말 거꾸로 걷기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왜 우리 교육은 그렇게도 어려운 거꾸로 걷기를 해야 하는 걸까. 집회의 목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은 나눠준 유인물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 쯤에는 우리 교육이 조금 변화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