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정(영문)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의 말씀이 있다. 이 말은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고 진리를 깨달은 자는 편견과 허욕에서 해방되어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배운 사람들의 모습은 ‘정신적 자유인’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학력 위조, 학벌 위증, 부동산 투기 행각과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 최고의 학벌, 재산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욕과 허욕의 교도소에 갖힌 죄수’와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세태 속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맹목적인 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수업의 학생들이나 내가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에게 늘 기본을 철저히 갖추되, 적당한 수준에 안주하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노력을 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 노력을 하는 과정이 치열하고 고통스러움을 잘 알면서도 그런 방향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프로로서 갖춰야 하는 겸손의 미덕과 자신이 부족한 존재라는 인식으로부터 변화와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이 얼마 전 잘 나가는 팀 동료 선수들을 시기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 말―“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은 작은 감동을 주지 않는가. 자동차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업체들의 경우도 좋은 예이다. 몇 년 전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국제적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일본의 도요타를 비롯한 생산 업체들이 유럽이나 미국 업체들보다 차량 100대당 결함이 훨씬 적은 차를 만들어 내고, 노동 인력 대비 더 많은 차를 생산한다고 한다. 일본인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소질을 타고 나서 그런 것은 아닐 텐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겸손을 체화하고, 인간 자본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조직 운영방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 조직이 계층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공장의 대표가 노동자처럼 흰색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곳에는 간부를 위한 식당도 없다고 한다. 일본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는 유럽이나 미국 공장보다 직업훈련을 더 많이 받고 그곳에서는 작업 교대가 더 자주 이루어진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을 오랜 시간 하지 않는다. 실제보다 더 과장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 노동자들은 작업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데 적극적인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런던 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이클 마멋은 이런 조직과 계급의 운영 방식이 일본 노동자의 더 좋은 건강과 낮은 질병 결근율, 그리고 회사의 더 높은 생산성과 질 높은 상품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진정한 “일류”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세계 최고인 것은 그들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다. 김연아 선수와 박태환 선수와 같은 국제적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게 된 것도 그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일류”의 특징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이 타고난 재능과 역량이 최고의 진가를 발휘하는 명작으로 완성되도록 바치는 열정이다. 학생들이 진정한 일류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고 지원하는 것이 이 시대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대학과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탕에는 사람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개개인의 신념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