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 리뷰

기자명 박경흠 기자 (trident22@skku.edu)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존재에 의지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이는 돈을, 또 어떤 이는 명예를 좇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곤 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신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도킨스의 주장처럼 신은 단지 만들어진 ‘헛된 존재’일 뿐인가요? 아니면 맥그라스의 주장처럼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것인가요?

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의 주인공 도널드 월시는 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돈도 꽤 가진데다 안락한 집까지 있는 그가 신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그의 삶에도 위기가 닥칩니다. 우연한 사고로 목이 부러져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만 것입니다. 다니던 직장에서의 해고를 시작으로 그는 안락한 집도, 소중한 돈도 모두 잃어버리고 맙니다. 순식간에 경제적 무능력자로 전락한 도널드,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는 전 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노숙자로서 고통의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샌드위치 한 조각에 자신의 양심을 팔아야 했던 그에게 한줄기 빛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지역 라디오 방송국의 DJ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던 그에게 닥친 것은 방송국의 부도였습니다. 또 다시 절망적인 상항에 빠진 도널드, 하지만 이제 그는 상황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갖습니다. 어려움이 계속될수록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무엇을 위해 지금껏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도널드의 내면은 점차 성장해갑니다.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영화로 옮긴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주인공이 신과 직접 대화하는 장면이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직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할 뿐입니다. 글쓴이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행동 자체가 신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신의 존재를 떠나 자신의 내면에 한번쯤 귀기울여 보라는 것이죠.

이제 스스로를 되돌아 봅시다. 여러분은 얼마나 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나요. 혹시 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이 유신론과 무신론 어느 한쪽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나요. 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이 너무 어렵다면, 한번쯤 스스로와 대화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진정한 신에 대한 울림을 듣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