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민 기자 (claise@skku.edu)

△ 민중가수 연영석

음악평론가 박준흠 씨는 연영석의 노래에 대해 이렇게 호평했다. “지금까지 민중가요에서 볼 수 없었던 지극히 개인적이고 새로운 내용들이다” 박 씨의 말처럼 그의 가사는 개인적이다. 그러나 개인적이면서도 개인적이지 않다. 연영석의 노래는 우리가 겪으면서도 쉽게 지나쳤던 세상의 불평등을 기타소리에 담아 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가수는 그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호칭이다.

김용민 기자 (이하:김) 민중가수로서 미술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조금 특이하다
민중가수 연영석 (이하:연) 사실 학창시절에는 미술보다 각종 학생운동단체 활동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생산자연합’(이하:문예연)이라는 단체를 창립하면서 적극적으로 민중들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자 했다. 전공은 미술이지만 내 젊은 시절은 사회운동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음악인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문예연이 회원들의 생계유지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해산했던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그 때 좌절했던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 음악이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동안 내 안의 음악적 자아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음악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간절히’, ‘엄마 미안해’와 같은 노래에는 지금까지의 민중가요에서 보기 힘들었던 개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기존 노동계가 가지고 있는 조직 중심의 활동과 나의 생각이 약간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조직 또한 개인의 집합이기 때문에 개인을 통해 조직의 성격을 규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간의 결합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만약 노동운동에서도 이런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내 노래는 대의명분 보다 민중이 가지고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azy blood, 즉 ‘게으른 피’라는 예명이 독특하다
자본주의 세상은 우리들에게 부지런할 것을 강요한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부지런히 생산하고 부지런히 소비하는데 그렇게 해서 행복한 세상이 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역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게을러진다면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예명을 지었다.

과거 △정태춘 △안치환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같은 민중 가수들의 노래는 운동권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민중들이 즐겨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민중가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현재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민중가요에서 민중이라는 단어는 노동조직에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식이 지금의 민중가요가 외면 받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반 대중이 듣고 공감할 가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리듬의 노래들이 많이 작곡되고 있고 나도 그 흐름 속에 있다. 언젠가 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왜 듣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음악이 좋아서’ 라고 하더라. 음악이 좋아서 듣는다면 언젠가는 그 속에 담긴 민중이란 뜻을 이해하지 않겠나. 이렇게 민중가요를 듣는 사람의 폭이 넓어져야 노동운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갈수록 젊은 가수가 부족해지는 민중가요계의 현 상황이 염려스럽지 않은가?
얼마 전에 어떤 언론이 나를 두고 ‘민중가요의 젊은 기수’라고 해서 속으로 많이 웃었다. 그만큼 민중가요계에 젊은이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 홍대만 봐도 실력있는 젊은 밴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친구들이 사회의식을 담아 노래를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민중가요도 활기를 띄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노래에서 그토록 외쳤던 ‘일한만큼 얻는 세상’, ‘내가 원한 만큼만 일하는 세상’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는가?
물론이다. 이상적인 세상은 개인의 바람이 있어야 오는 것이고 나 역시 나의 이상이 실현된 세상을 보기 위해 스스로의 바람을 노래에 담아왔다. 또 이상적인 세상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서서히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소통의 수단으로 음악을 선택한 것이고……. 가사 속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는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과 소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