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용준 편집장 (oversea@skku.edu)

 제17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37.1%였던 것에 비교해도 무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지금껏 있어왔던 정치체계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대의제. 이 같은 대의제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보고 대의제의 위기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한 선거는 선거로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왜 위기론이 나오는지 알만하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투표 안하는 20대에 대한 비판과 이런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에 대한 20대의 비판이 뜨겁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투표보다 당장 목전에 놓인 취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 20대인 필자 역시 경쟁을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성장했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취업걱정을 안할 수 없는 사회가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을 단순히 이것으로 덮을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대의제가 발전하고 실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는 역사 수업이나 책을 통해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피 흘려 이룩한 대의제를,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취업 등의 이유로 무시할 수 있을까. 혹자는 취업 등의 이유가 아닌 뽑을 인물이나 정당이 없어서, 혹은 정치판은 다 똑같다며 투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투표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뽑을 사람이 없다고 투표를 안 할 것이 아니라 그나마 제일 나은 선택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이번 총선을 보도록 하자. 얼마 전에 등록금과 관련한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듯이 최근 대학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등록금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보면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정당이 등록금과 관련한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투표율은 19%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당의 등록금 대책은 다른 정당들에 비해 눈에 띄게 미진하다. 결국 어떤 이유를 대건 결국 20대가 스스로 정치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제도적으로 대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태어난 우리로서는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 권리를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