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승영 기자 (xiahandme@skku.edu)

대학생 부모라고 하면 여러분은 ‘대학생의 엄마, 아빠’가 떠오르시나요? 하지만 이 말엔 ‘대학생인 엄마, 아빠’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선택했기에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이십대 청춘의 그들. 대학생들에게도 사뭇 생소할, 그러나 성균관대라는 하나의 울타리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고 있기에 친숙하기도 할 그들의 일상 속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결혼은 언제하셨고, 아기들은 몇 살들인지 궁금합니다
김경훈(영문01, 이하:김 ) 저는 작년 5월 5일에 결혼해서 조금 있으면 1주년입니다. 아기는 지금 임신 6개월째라 8월이 되면 아빠가 되는 예비 아빠고요.
김지영(법02, 이하:지) 결혼 6년차입니다. 아기 낳고 10개월 쯤 됐을 때 법 쪽에 관심을 갖게 돼서 05년에 우리학교 법학과에 편입하게 됐고, 지금 아기는 딸아이로 다섯 살이에요.
하현우(경영02, 이하:하) 05년에 결혼해서 지금은 4살, 1살짜리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김예리(무용05, 이하:예) 06년에 결혼했고요 아기는 11개월 됐습니다.

대학생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여러 힘든 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글쎄요. 전 아직까지 철이 안 들어서 그런지 걱정보다는 기대가 큰 게 사실이에요. 또 아직 아기를 안 키워봐서 ‘힘들다’라는 걸 느낀 적은 없습니다. 운동 동아리, 학회, 프레쉬맨 가이드 회장까지 하고 있어서 학교생활도 바쁘고 또 재밌게 하고 있거든요. 와이프한테 좀 미안할 때가 있죠. 와이프는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학교생활을 너무 재밌게 하고 있어서요.(웃음) 제가 힘든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또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와이프가 많이 힘이 돼 주기도 해서요.

아직 정식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지 힘든 점은 별로 없으신 것 같아요. 두 아이를 두신 아빠는 좀 다르실 것 같은데요

군대 가기 전에, 그러니까 첫 아이 낳기 전엔 학생회도 하고 학회도 열심히 했었죠. 그런데 애가 생기고 나서는 다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학교도 5일 중에 3일 정도만 가고 가더라도 늦게 갔다가 일찍 옵니다. 남자 아이 둘에 집안일까지 집사람이 다 맡기에는 벅차서 제가 도와줘야 하니까요. 처음엔 저보다도 주변 친구들이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쟤가 저렇게 집에 일찍 들어갈 애가 아닌데”하면서요. 속상할 때는 있죠. 후회한다는 게 아니라. 저는 진로도 좀 더 안정적인 걸로 바꿨거든요. 애 낳으면 좋아요! 좋죠 제 자식인데. 다만 생활에 치이다 보니까 ‘내가 이것까지 뺏겨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초반엔 들기도 했어요.

전 오히려 반대에요. 아이가 저 때문에 포기하는 게 많죠. 엄마로서 못해주는 미안함이랄까요? 저는 사법시험 준비 중이라 학교 다닐 때부터 시부모님께서 아기를 맡아 키워주셨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또래들 보다 자기 엄마한테 얻는 게 훨씬 적죠…….

저도 그래요. 아기가 불쌍하다고 생각들 때가 있죠. 저는 부모님께서 다 일을 하셔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거든요. 아직 아기가 어리고 하니까 엄마 손이 더 많이 필요한데 저는 학교를 다니고 남편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죠.

특히 대학생인 만큼 학업적인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애가 누워있으면 상관이 없어요.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제 바빠지죠. 특히 4살짜리 아들과 1:1로 놀다 보면 제가 먼저 지칩니다. 어린 애들이 워낙 체력이 좋잖아요. 또 남자애고. 저는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고 싶어서 집에선 거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거든요. 그래서인지 좀 피곤하죠. 지난 중간고사 때는 시험 과목 중에 하나를 못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놀이방을 옮겨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마땅한 데를 찾느라 놀이방을 보내지 못했던 기간이 공교롭게도 시험 기간이랑 맞물려서 시험 공부하랴 아이 보랴 혼났죠. 결국  시험 당일 너무 피곤해서 눈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냥 집에 왔죠. 문제는 체력이 안 된다는 건데 그래서 팀플이나 과제도 더 힘들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재밌는 게, 이렇게 아기 키우느라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점 따기 쉬운 과목’보다는 ‘내가 흥미를 가지는 과목’을 듣게 되더라고요. 결국 나쁘지만은 않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시부모님께서 양육을 맡아주셔서 그런지 책상 앞에 앉으면 딴 생각없이 공부에 잘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만약에 아기 때문에 공부하는 내내 신경을 쓰는 상황이었다면 아예 공부는 시작도 못했겠죠. 하지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던 적은 있습니다. 저는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까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합격하고 아이랑 있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게 낫겠다 싶어 거의 공부를 1순위에 놨었거든요. 그렇게 1차 시험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2주 동안 아이를 안 보러갔었는데 시험 끝나고 가보니까 애가 아주 딴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말도 안하고, 웃지도 않고. 깜짝 놀랐어요. 그 날 애를 데리고 집에 가는 데 애가 그러더라고요. “희수는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 가슴으로 운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았죠. 그 때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요. 좀 더 오래 공부하더라도 틈틈이 아이랑 같이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전 빨리 졸업하고 아기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낳은지 3개월 만에 복학했어요.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거죠. 또 무용학과다 보니까 실기도 많고 몸 쓸 일이 많은데 제 욕심에 너무 무리를 한거에요. 결국 ‘비 오면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직접 체감하게 됐습니다. 또 저희 과는 공연에 나가고 싶으면 교수님께 자원해서 준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잘 안 하게 되죠. 학생회나 과 행사 같은 건 거의 꿈도 못 꾸고요.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대학생활 하시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도 있으신가요?

와이프가 임신 중인데 4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 교수님께 다음 수업 못 들어 갈 것 같다며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조금 놀라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악수하시면서 “잘하라”고 격려해주시기도 하고.

어제가 ‘근로자의 날’이었잖아요? 그래서 어린이집은 쉬는 데 학교는 안 쉬니까 큰일이었죠. 애를 맡길 데가 없으니까요. 결국 친정 엄마 가게에 하루 맡겨 놨는데 또 엄마도 일하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힘들었죠. 예상치 못한 공휴일이 오면 아기 때문에 비상이에요.

그렇게 힘든 점도 많지만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또래들은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나 행복함 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주변 친구, 후배들이 묻는 게 하나같이 똑같아요. “형! 아들 보면 느낌이 어때?” 그럼 저는 딱 한 마디 하죠. “세상에 너랑 똑같은 놈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것, 먹는 것, 잠버릇까지 똑같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아무 이유없이요. 밖에서 힘든 일이라도 생겨 축 쳐져 들어가게 되는 날에도 문 열자마자 녀석이 “아빠~!”하고 뛰어나올 땐 하루 피로가 싹 풀리죠.

저도에요.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집 근처 즈음 다다르게 되면 막 뛰어가죠. 아기가 보고 싶어서요.

아기가 자는 모습을 볼 때도 그래요. 정말 천사 같죠. 안정감을 갖게 된다는 것도 들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학생 신분에 아이를 갖다보니 더 정신없게 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또래들 보다 더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빠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막중한 책임감 같은 것도 있으신가요?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스포츠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도 갖다보니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됐죠. 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방향으로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지만, 가장이고 아빠라는 역할이 영향을 준 건 사실입니다. 공부도 ‘그냥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죠. 아빠니까. 그렇게 자기주문을 걸곤 합니다.

압박감이 크긴 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크면 좋은 아빠가 돼야지”라는 생각을 자주했었어요. 최근엔 차도 하나 마련했는데, 집 주변엔 아들을 데리고 나가서 놀 때가 없어서요. 돈만 잘 벌어다 주는 가장으로서의 아빠가 되고 싶진 않아요. 아들에게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렇다면 엄마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갖게 되는 마음가짐도 있나요?

나이는 어리지만, 항상 ‘나는 엄마다’라는 걸 머리 속에 가슴 속에 새기게 되죠. 그래서 모든 일이든 더 열심히 신중하게 하게 되고요. 또 서현이 엄마로서 무슨 일이라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떤 행동 하나라도 행여 ‘쟤는 애 엄마가…….’하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하죠. 그래서 저는 여자라면 출산은 꼭 해봐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혼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도 크지만 여자에겐 출산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부모, 생활에서 이 두 가지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될까요?

뭐가 더 비중이 크고 작다라고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매 순간에 주어진 직무를 열심히 할 뿐이죠. 누구나 여러 가지 직무가 있잖아요? 자식으로서, 학생으로서, 선배로서 여러 역할이 있지만 어떤 역할이 요구되는 순간 그 역할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동감합니다. 학교에서는 철저히 학생 신분으로, 집에선 철저히 가정주부와 엄마로서  책임을 다 하는 거죠. 뭐가 몇 %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 대학생 부모들을 위한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 장학금 신청을 하러 갔는데, 왜 장학금 신청할 때 재산세 같은 서류를 떼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가장이다 보니 그런 서류를 내기가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직원 분께 여쭤보니 “해당 사항이 없어서 장학금 대상자로 접수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 신청해 봐라”하셨습니다. 지원은 고사하고, 대학생 부모는 아예 정상적인 학교 행정에서 ‘예외 조항’으로 취급되는 거죠. 특별한 제도가 필요하다기 보다 여러 학교 행정에 대학생 부모들이 차별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사항들이 잘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특정한 제도보다는 고정관념 같은 시선이 일단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은 결혼해서는 안 되고 아기 엄마가 될 수도 없다’는 의식들이 공공연하게 있잖아요.

‘이런 학생들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대학생 부모들이 대학생으로, 부모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