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석(국문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뉘엿뉘엿한 낙일이 일찍 보지 못했을 만큼 붉고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이 문장은 故 김정한 선생님의 소설 『낙일홍』에 나오는 글귀이다. 몇 일전 수업에 끝나고 소모임 활동을 하기 위해 학교에 남아 있다가 적적한 노란 노을빛이 학교에 깊게 물든 풍경을 보고는 문득 이 글귀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은 청승맞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해가 저물어가는 그 시간이 퍽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맑고 깊은 노오란 물이 하늘에 조용히 베여드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평온함과 안정감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기분이 든다. 고된 하루 일과에 짧은 쉼표를 찍는 그 시간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가 지닌 축복 중 하나이다.

 이 시간 때에 우리학교 또한 낮에는 볼 수 없던 매력을 내뿜는다. 푸른 금잔디 위에서 빛나는 금색빛깔과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고 서있는 캠퍼스 건물들은 여느 때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수업을 마친 많은 학우들이 캠퍼스를 누비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자면 뒤늦게 캠퍼스가 활기마저 찾은 기분이 든다.

이럴 때 마다 드는 생각이 ‘낙일(落日)’이라는 단어가 그리 우울한 기분만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낙일(落日)’이라는 단어는 순수한 우리말은 아니지만 ‘해가 지다’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낙(落)’은 단순한 떨어짐이나 하강의 느낌만을 주지 않는다. ‘낙(落)’이 그 의미 그 이상으로 찬란하며 심지어는 고혹적인 느낌마저 준다. 눈부시게  이파리를 흩날리는 ‘낙화(落花)’처럼 말이다. 그리고 ‘낙일(落日)’이 주는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다.(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감상이다.)

오늘도 우리의 하루 일과는 낙일(落日)과 함께 쉼표를 찍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은 아니기에 오늘도 평상시처럼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우리들이지만 또 다른 일상을 위해 쉴 틈 없이 뛰어갈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 정도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낙일(樂日)’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