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행정)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연구실이 정리가 되고 안정이 되어갈 때 쯤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이제 대학교수가 되었으니 좀 더 열심히 연구하여 좋은 결과물을 내라는 격려의 말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물고기보다는 그냥 물고기가 아닌 가치 있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당부의 말을 하시며 한권의 책을 주고 가셨는데 제목은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이었다. 책을 받고서 상식적인 책 내용이려니 하며 신임교수로서 전공서적과 논문을 읽기도 벅찬 실정에서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문득 저번 주말 책장에서 외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에 꺼내어 읽어 보았다.

다산 정약용은 18C 실학자로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500권을 책을 집필했는데 이는 1년에 28권 정도의 분량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책을 일일이 다 붓글씨로 필사하는 데만 해도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한 것이다.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역사, 법학, 교육에서부터 의학, 토목, 기계공학에 이르기 까지 폭 넓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가 된 것을 보면, 어떻게 그가 이런 방대한 작업을 다 소화했는지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특별한 공부방법과 지식의 생산방법에 무언가가 있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목적은 공부 그 자체보다 이를 통해 내 삶을 가치있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현재 정보화, 지식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이를 접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자료를 정리하여 의미있는 정보들로 만들고 이 정보들을 종합하여 가치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작업을 해야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산의 경우에는 이런 정보를 다루고 지식을 생산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다산의 10강 50목에서 드러난 치학(治學)전략 중에는 우선 다산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조직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다루어야 할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허둥지둥 해지기 마련인데 ‘자료를 수집하데 체계 없이 모으는 것이 아닌 자료를 수집하는 목차를 세우고 체제를 선정하라(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취합된 정보를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라(휘분류취법:彙分類聚法)’, 좋은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취선논단법:取善論斷法), 과거의 좋은 것을 참조, 검토하여 새것을 만들라(변례창신법:變例創新法)을 제시하였고, 학습의 방법에 있어서도 우선 문제를 도출함에 있어 핵심을 찾아야 한다고 하며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기준을 세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종핵파즐법)’를 제시하며 더불어 또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공부는 효과가 없다고 하며 요령있게 공부하는 방법으로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고(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과 차근차근 단계를 발아나가는 것이 오히려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다산의 학습방법과 정보의 조직방법은 21세기에도 성균인들에게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훈을 줄 것이다. 올해는 황사가 적어서인지 캠퍼스에서 맞이하는 5월이 참 아름답다. 계속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다산의 말대로 시간과 정보를 잘 관리하여 남는 시간에는 한번 따사로운 햇살을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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